<94미월드컵>한국축구 선전 獨등 세계가 또 한번 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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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후반전에는 한국선수만 뛰었다.독일팀은 완전히 무너졌다.
독일이 이긴 것은 순전히 행운이다.전반에 독일팀이 넣은 3골은한국 수비의 실수 때문이지 독일팀이 잘해서 넣은게 아니다.한국팀의 고질병인 슛 결정력 부족 덕분에 독일은 간 신히 이길수 있었다.』 한국과의 경기를 생중계한 독일 제2 ZDF방송의 관전평이다.
독일팀이 가까스로 한국을 꺾고 조1위로 16강에는 올랐지만 독일 국민들은 독일팀에 대해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이 불만은그대로 한국팀에 대한 찬사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팀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팀이 그렇게 강한 줄은미처 몰랐다.전반에 한국 골키퍼와 수비수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없었다면,그리고 후반에 슈팅이 좋은 선수가 한명만 더 있었다면 독일은 한국에 질뻔했다.』 기자 옆집에 사는 한 독일인이경기가 끝난후 상심한 기자를 위로하며 한 말이다.
○…한국이 비록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정상급 「독일군단」엔 졌지만 이날 경기를 지켜본 독일거주 한국 교민들은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감격해 하고 있다.
교민들은 체격이 훨씬 왜소하고 기술에서도 한수 뒤지는 한국선수들이 후반전엔 거의 일방적으로 독일팀을 밀어붙여 2골을 만회하자 『졌지만 이겼다』며 스스로를 위로.
교민들은 특히 클럽에 가입한 축구 인구만 5백40만명에다 산간벽지 마을에도 잔디구장을 갖춘 축구의 나라 독일의 「베스트 11」에 맞서 축구인구 1만1천명의 한국팀이 3-2로 선전한 것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
특히 20~30년전 독일에 건너온 대부분의 한국교민들은 『예전에는 한국 선수들이 잘 먹지 못해 체력이 크게 뒤졌으나 이번월드컵에선 외국 선수들보다 오히려 잘 뛰는 것을 보니 한국이 정말 잘사는 나라가 됐다는 실감이 난다』며 뿌듯 해 하고 있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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