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욱칼럼>위험부담은 크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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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南北韓 정상회담이 어느 때보다 口號로서가 아닌 현실로 다가서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은 집권자로서는 매우 위험부담이 큰 회담이다.50년 가까운 分斷기간에 쌓인 不信.원한의 두께와 깊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남북 정상회담에 기대를 거는 사람 못지 않게 그 결과에 懷疑하거나 아예 그런 발상 자체에 반발하는 사람도 꽤 있다.
頂上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이 28일 열리긴 했지만 막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될지,또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유익한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매우 많다.아마 적극적으로 기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보다는 이런 회의론자가 더 많 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좀 적다고 해서 적극 반대론도 무시하긴 어렵다.그러한 거부감이 오랜 국민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다 그 반대의 强度가 매우 격렬하기 때문이다.이들의 논리는 대체로 분명하다. -頂上회담을 한다는 상대가 누구냐,同族相殘의 전쟁을 일으킨 책임자 아니냐.또 그 정권은 지난 50년동안 赤化통일을 노려 우리 사회의 불안을 조성하고 갖가지 테러를 감행해왔다.그뿐인가. 72년의 7.4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91년의「남북화해.
불가침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와 92년의「한반도 非核化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의 남북 합의를 자기네 필요에 따라 멋대로 무시해왔다.
그런 상대와 頂上회담을 해봤자 얻을 것이 뭔가.
우리 쪽의 경각심만 약화시키고,북한쪽에 오히려 시간만 줄 뿐더러 전쟁발발 책임자에게 免罪符를 주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정상회담 반대론자 중에는 지금 상태로 가면 북한 체제는 멀지않아 붕괴될텐데 뭣 때문에 延命을 도와주느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冷戰시대의 反共논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논리가 전쟁체험 세대를 포함한 우리 사회상당부분에 일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주장은 예비회담과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는 그 소리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회담이 제대로 안되거나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폭발성을 띠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주장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마저「그것 봐라」하는 식으로 동조하고 나설 위험이 있다.
또 세계 최장기 집권자인 金日成주석과 40년 정치인인 金泳三대통령의 회담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는 모두의 비상한 관심이다. 이 모든 것이 金대통령으로선 큰 부담일 수 있다.오히려 그렇기 때문에「뛰어난 승부사」인 金대통령의 의욕과 好勝心을극대화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한 여러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은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가 대결보다는 대화로 北核을 포함한 남북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있는 이상 가장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정상회담이란 방법을회피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실제로 팔레스타인 自治문제를포함해 최근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문제들이 頂上 간의 직접대화로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경우가 적지 않다.그런 의미에서 金대통령의 선택에 대한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선택에 따르는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轉機를 마련하게 되면 그 부담은 자산으로 바뀔 것이다.
***북한核 진전 있어야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무엇보다도 북한核 문제 해결의 端初가 마련돼야 한다.한 술에 배부를 수는없더라도 北核의 투명성 보장에 대한 최소한의 진전 없이는 정상회담은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이는 곧장 국내정치에서의 부담으로 연결된다.이와함께 남북 離散가족문제와 교류.협력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궁극적으로는 6.25및 테러행위의 책임에 대해서도 입장정리가 요구된다.
다만 그런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선 회담의 흐름을 고려하는 어느정도의 융통성은 불가피할 것이다.
〈論說主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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