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장애 피해가기/남북실무접촉 우리측 제안을 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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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평양」만은 안된다” 배수진/기존합의 준수도 평화정착 역점
28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접촉은 우리측이 개최 시기와 장소등에 융통성있는 제안을 함으로써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리측은 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 가급적 빨리 개최하자며 3단계 고위급회담이 열린 직후인 7월 중순에 서울·평양 상호방문(단 선후관계없이),북한은 8월15일에 평양에서 1차회담을 갖자고 제의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 정상이 모두 회담 개최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만큼 모든 문제를 젖혀놓고 하루빨리 정상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홍구통일원장관겸 부총리는 기조연설에서『남북 정상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빠른 시일내에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두번째로 회담 장소에 대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정하자고 제안한 것은 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중요한 만큼 북한이 정하는 장소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다만 우리측 제안은 시기와 장소를 연계하는지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장소를 선택하면 우리는 시기를,또 북한이 시기를 선택하면 우리는 장소를 선택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북한이 범민족대회가 열리는 8월15일 평양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상회담 개최는 분단이래 처음 있는 일이고,따라서 이를 정치적 의도로 이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이 배경에 깔려 있다.
한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우리측은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의제문제로 정상회담 개최가 지연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이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오늘 모임(예비접촉)이 양측 최고당국자간에 아무런 조건없이 빠른 시일내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원칙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을 지적,의제를 제안하지 않은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의제와 관련해 이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서『남과 북이 함께 준비하는 남북정상 회담이 빠른 시일안에 성사되어 고조된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간의 모든 현안을 해결하여 통일의 문을 여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우 리측이 정상회담을 ▲남북한간 긴장해소 ▲모든 현안 해결을 통한 통일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음을 밝혔다.
이수석대표는 또『평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남과 북이 약속한「기본합의서」와「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행되고 준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남과 북 사이의 두가지 기존합의를 준수하 는 방안도 정상회담에서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이부총리의 연설은 우리측은 정상회담을 통해 두가지 남북한간 기존합의를 준수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밖의 남북한간 현안해결을 통해 통일의 계기를 모색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강영진기자〉
□남측제의 내용
오늘 모임은 양측 최고당국자간에 아무런 조건없이 빠른 시일내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원칙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남과 북이 함께 준비하는 남북정상회담이 빠른 시일안에 성사되어 고조된 긴장을 해소하고,남북간의 모든 현안을 해결하여 통일의 문을 여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믿는다.
지난 92년 남과 북은「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그리고 분야별 부속합의서등 역사적 문건들을 채택·발효시켰으나 지금까지 그 실천을 위한 조치가 따르기는커녕 민족의 역량을 불필요하게 소모하면서 세월을 허송해 왔다.
평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남과 북이 약속한 「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행되고 준수돼야 한다.남북정상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갖는 것이며 민족공동체를 회복하는 출발 점이 될 수있을 것이며 오늘 접촉이 상호존중의 원칙위에서 원만히 진행됨으로써 내외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남북정상의 장소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르고,시기는 빠른 시일내에 개최하며,회담형식은 효율적인 회담진행을 위해 쌍방 정상간의단독회담으로 하자.기타 절차문제는 남북회담의 관례를 준용할 것을 제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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