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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식량 창고' 연해주에 눈 돌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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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구 문제는 식량과 에너지와 관련해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3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인구와 식량·에너지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한반도다. 현재의 통계만 봐도 남북한의 식량 문제는 난제다. 남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연간 2000만t 이상의 곡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상태에서 남한의 주곡인 쌀의 생산은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해도 연간 1400만t 이상의 곡물은 수입해야 한다.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식량은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통일한국은 적어도 3000만t 이상의 곡물을 소비해야 하는데, 남북한의 생산량은 현재 1000만t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량과 에너지 문제는 남북 통일 문제와 결부해 볼 때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 연해주 지역은 통일한국의 식량·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곳이다. 두만강 너머에 있는 이 광활한 지역은 미래 한반도의 식량 창고로 가장 유망한 곳이다. 따라서 남북한과 러시아가 협력하는 장기적인 개발 계획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통일 시대는 이제 분명히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미래 한반도의 식량·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제 세계는 자원 확보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 식량과 에너지·원자재 확보를 위해 이웃나라 정상들이 세계를 누비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우리 지도자도 한층 더 분발하기를 주문하고 싶다.

이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현안이다. 통일한국의 식량·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연해주의 한인농업정책과 지역협력 문제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갈 길을 심각하게 모색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애희 강원대 교수·윤리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