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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살해범 알고보니 13년간 칭찬 한번도 못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칭찬에 인색하지 말것』『자식을 형제간이나 친구들과 비교해 평가하지 말것』|.
희대의 패륜범죄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한약상부부 피살사건의 범인 朴漢相군(23)을 송치받아 수사해온 서울지검형사3부 徐範政검사의 비망록엔 이런 글귀가 적혔다.
자녀교육의 계명과도 같은 비망록 메모는 이어진다.
『자식의 잘못에 대해 무조건 비판하거나 나무라지 말 것』『자식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못된 일을 했을때 나무라기에 앞서 동기부분을 충분히 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정당하고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올바른 평가를 해줄 것』『대화를 자주 가질 것』『X세대에 대해 이해의 태도를 가질 것』.
살인범 朴군은 21일 徐검사에 의해 법원에 기소됐다.지난 2일 사건을 송치받아 그동안 공범여부와 살해동기등을 조사해온 徐검사는『느낀점도 많았고 검사이전에 아버지로서 반성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朴군의 진술에서 느낀점이 있을 때마다 자녀교육에 참고로 삼기위해 메모해둔 것이 앞서 든 비망록의 내용.
패륜범죄를 저지르고 뉘우치는 기색조차 없는 朴군에게는 실정법상 중형구형이 불가피하지만 도덕법상「범행교사범」에 해당하는 부분은 자식들에 대한 무관심과 관용.이해부족등 이시대 어른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탓이다.
徐검사는『열살때 부모에게 칭찬을 한번 받아본뒤 13년간 단한차례도 칭찬은 들어보지 못했고 구박과 멸시만 받아왔다』는 朴군의 진술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칭찬에 인색했던 부모의태도에서 범죄의 싹이 자란 셈이었기 때문이다.
朴군은 국교3년때「운좋게」전과목 만점을 받아 부모님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비디오를 선물로 받았으며 이후 칭찬을 들어보지 못한 朴군은 비디오에 유난히 집착을 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朴군은 또 동생과 비교되는 것이 가장 싫었다고 했다.
『동생은 가업을 잇는다며 한의대에 진학을 했지만 장남인 나는 대입낙방과 지방대 입학,휴학,도피성 유학,현지적응 실패,도박 입문,용돈 탕진의 길을 걷게 됐고 이 과정에서 말못할 비 난과체벌까지 감수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朴군은 올봄 귀국한뒤 부모에게 매를 맞고 파문경고까지 받은뒤범행을 준비하면서 부모를 칼로 무참히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르는 수법도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비디오에서 배웠다고 죄의식없이진술했다.
『부모님이 마구 패대며「왜 째려보느냐」「미국 가서 불량한 것만 배워왔다」고 꾸중해 선량하게 보이려 쌍꺼풀 수술까지 했는데….잘해 보려구요.』 朴군은 범행후 큰아버지를 비롯한 친척들조차 외면해 구치소에서 사식 한번 못먹고 변호사선임조차 못하고 있다. 검찰수사과정에서 검사가 사준 햄버거를 몇개씩 먹어대면서울먹이며 몇번이나『맛있고 고맙다』고 말했다는 朴군.
기소일이 가까워지면서 하고싶은 이야기를 몇시간이나 들어주자 다시 만날 수 없겠느냐고 제의하던 朴군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는 徐검사는 자신이 기소해 유죄를 받아내야 할 중범죄 피고인을위해 사법시험동기생 변호사에게 변론까지 부탁해 놓았다.
〈金佑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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