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행동 할 때 아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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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의 운명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내부에서는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문민정부 들어 잠잠해졌던 학생들의 과격 폭력시위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노사갈등 역시 다시 첨예화되어 국민의 발인 철도와 지하철의 연대파업 예고일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시위도,파업도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국민의 권리다.그러나 17일 밤부터 18일 밤까지 전개된 남총련소속 학생등의 과격행위는 시위가 아니라 난동이었으며,우리사회의 법과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어떤 명분,어떤 이유로도 이러한 파괴행위와 무법적 행동이 용납될 수는 없다.수십명의 경찰관들을 납치하고 학교건물과 정당의 당사를 점거하며 이리저리 떼지어 다니면서 곳곳을 전쟁터처럼 만드는 행위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저지에 나선 전경·의경은 시위에 나선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다.대다수는 어제까지 학우였다.그런 전경·의경들을 자신들을 저지한다고 해서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자비하게 내려치는 그 잔인성에 말문이 막힌다.
목적 뿐아니라 수단의 정당성도 함께 요구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이념이며 법정신이다.명분만 있으면 어떠한 수단도 정당화하려 하고,어떤 행동도 아무런 죄의식없이 자행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어떤 정의를 추구하는지 몰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가장 반민주적·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그런 점에서 이번 학생들의 난동은 비록 그들의 신분이 학생이라 해도 엄단되어 마땅하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진행되는 노동계의 연대파업도 그 수단과 방법이 적법하지 않는한 우리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현재의 노동법이나 노동조직에 문제가 있음은 두루 알고 있는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바로 법을 무시하고 행동에 들어갈 권리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악법도 법이니 무조건 따르라는 단순논리가 아니라 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법의 개정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순서지 법을 무시하고 극한 행동을 벌이는 것이 바른 순서는 아니라는 말이다.더구나 그 법의 무시가 사회와 국민의 편 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 때는 더욱 더 그러한 순서를 좇아야 한다.
우선 법에 규정된 쟁의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그러한 절차를 밟은 후의 파업이라면 설사 발이 묶이더라도 국민들도 어느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만약 그 쟁의절차가 따를 수 없도록 불합리하다면 파업부터 들고 나올 것이 아니라 그 개정투쟁부터 먼저 벌여야 한다.
아울러 국가의 상황도 고려하는 슬기가 있어야 한다.지금은 어느모로 보나 과격한 집단행동이 용인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은 스스로 생각해봐도 명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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