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핵해결에 초점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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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한 두 지도자가 간접대화의 형식을 통해 정상회담을 갖기로 의견을 함께 함으로써 이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준비하는 작업이 급하게 됐다.북한측에 대해 28일 정상회담과 관련된 예비회담을 갖자는 정부의 제의는 북한의 반응에 따라 그 진의를 확인하고 회담의 장래를 가늠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카터 전대통령의 전언을 듣자 그 자리에서 수락을 결정하고 곧바로 예비회담을 제의하는 등의 신속성에 놀랍다는게 우선 솔직한 심정이다.그런 면에서 너무 성급한 면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핵문제로 국제적 제재의 압박을 받 고 있는 북한이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전술적 측면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고,양측 모두 그필요성은 인정해왔던 것이다.따라서 성사 가능성이 있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소극적이었던 북한측의 태도로 미루어 시간을 끌어 불투명하게 만들기 보다는 그들의 말이 나왔을 때 확실히 다짐을 받아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남북정상이 만난다고 해서 그동안 긴장관계를 빚어왔던 문제와 쟁점들이 담박 해결되길 기대해선 안된다.정상회담이 실현된다 해도 북한의 대남전략이나 핵문제를 비롯한 우리의 인식등 양측의 기본적인 입장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채 만나게 되는 것이다.다만 두 정상이 직접 만남으로써 적어도 상대가 무슨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또 얼마나 진실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측의 예비접촉 제의는 의제는 논의하지 말고 시간과 장소만 결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는 물론 두 지도자가 만나 남북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그러나 한꺼번에 많은 문제를 제기해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우리측으로서는 물론 핵문제 우선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북한측은 그들대로 복안이 있을 것이다.그러한 북한의 복안들이 어떠한 것이 될지 대부분 예상할 수 있겠지만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북한이 회담자체를 단순히 전술적 카드로 이용할 속셈이라면 그런 것까지 모두 고려한 회담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어떠한 제의를 하든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제기해야 할 일은 물론 핵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그리고 나서야 남북한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공존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북한이 지금과 같이 불안한 상태는 우리로서도 바람직하지 않 다는것을 상대방이 믿을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으로 정상회담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게 최소한 서로 신뢰할 면이 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그것만으로 다음에 다시 만나 순차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풀어나갈 토대는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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