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종, 부상 딛고 재기 '질풍의 승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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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 경마사에서 1천승은 전인미답의 길이며 앞으로도 쉽사리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다.

박태종 기수는 기승경력 17년 동안 큰 부상으로 입원한 날이 많은 기수로도 유명하다. 특히 두번의 큰 낙마사고를 당했을 때 필자는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박태종 기수는 후유증을 극복하고 예전과 다름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분명 인간 승리다. 박태종 기수는 경주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강인한 승부근성 때문에 신체적으로는 손해를 많이 본 셈이다.

박태종 기수를 처음 본 사람들은 한국 최고 승부사에 걸맞지 않은 촌스러운 이미지에 한번 놀라고, 다듬어지지 않은 말솜씨에 또 한번 놀란다. 그만큼 외형적인 모습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근 10년간이나 과천벌을 호령해온 지존급의 기수라면 이미지 관리에도 신경을 쓸 법한데 외모보다는 내실로 승부를 겨루려는 의지가 아닐까 싶다.

박태종 기수는 지금도 매일 신인 기수들이나 훈련하는 모형 기승기를 타고 기승 자세를 연구할 정도로 초심을 잃지 않는 성실파다.

박태종 기수의 1천승은 뛰어난 기승 테크닉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타고난 승부근성과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레이스 흐름을 읽는 안목이 탁월해 결정적인 찰나에 에너지를 최대한 폭발시키는 괴력은 자타가 인정하는 대목이다.

조교사나 마주들에게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박태종 기수는 한국 경마사에 영원히 기억될, 최고 승부사로 남을 것이다.

(파워경마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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