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보스턴 마라톤 여자부 우승 우타 피피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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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베를린장벽도 넘었는데 그것쯤이야….』 우타 피피히(독일)가2시간20분 장벽을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지난달 18일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21분45초로 여자부 우승을 거머쥔 그녀는 최근 美로키산맥에 위치한 볼더에 캠프를 차리고 1분45초를 잘라내기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 다.
9년째 흔들리지 않고 있는 잉그리드 크리스티안센(노르웨이)의세계최고기록(2시간21분6초)과 2시간20분 장벽을 동시에 돌파하겠다는 게 그녀의 야심.
발레리나를 연상케하는 가녀린 몸(키 1m68㎝.몸무게 49㎏)으로 고행을 자처한 그녀의「인생마라톤」또한 고행의 연속이었다.옛동독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난 그녀는 13세때 4백m선수로 육상에 입문,18세때 마라톤에 둥지를 틀면서 승승장구했 다.그러나 꿈에 그리던「사회주의 스포츠영웅」의 길은 호락호락 열리지 않았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열중하던 그녀는 돌연 대표팀에서 제외된다.애인 디터 호겐이 반체제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에서였다.사랑이냐,마라톤이냐.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동반탈출.슈타지(동독비밀경찰)의 추격을 가까스로 따돌리며 기회를 엿보던 그들에게 기회가 온 것은 90년10월.「그들」의 함성에 못배긴 베를린장벽이 끝내 무너진 것이다.그들은 지체없이 서쪽 슈투트가르트로 떠났다.낡은 옷가지 몇점과 슈타지의 손에 넘어갈지도 모르는 불쌍한 애완용 개 한마리가 이삿짐 의 전부였다.
고행의 그림자 또한 어지간히 길었다.피피히가 마라토너로 재기하기까지 둘은 수개월동안 난민캠프를 옮겨다니며 배급품에 의존해야 했다.
각종 국제대회 상위 입상 덕분에 이제 로키산맥에 훈련용 별장을 구입했을 만큼 풍요까지 만끽하게 된 그녀가 大기록을 위해 스스로 택한 고행길이 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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