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미학>센터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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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90년 10월 전 국민의 비상한 관심속에 치러진 90이탈리아월드컵 한국-스페인전.이미 개막전에서 카메룬이 아르헨티나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바 있어 세계의 축구팬들은 이 경기에 호기심어린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심판 휘슬과 함께 시작된 한국 전사들의 파이팅은 『역시』하는 환호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총알 탄 사나이」 邊炳柱,「아시아의 갈색마」 金鑄城의 좌우 돌파는 스페인 문전을 향해 여러차례 위협 사격을 가했다.스페인 벤치의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변병주의 노마크 찬스가 번번이 무위로 끝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인 전반 23분.한국의 왼쪽 터치 라인을 따라 기습공격을 펼치던 스페인의 비야로야가 한국 수비수의 눈을 따돌리며 반대편으로 넘긴 센터링을 골지역 오른쪽에 있 던 미첼이 뛰어들며 그대로 오른발 슛,한국의 왼쪽 골 네트를 갈랐다.이 경기에서 해트 트릭을 기록한 미첼의 첫 골이자 월드컵 본선 첫승리를 기대했던 한국의 부푼 꿈이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순간이었다.이날 경기는 한마디로 센터링의 중 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교과서 같은 한판이었다.
이른바 「컴퓨터 사커」로 불리는 현대축구에서 이처럼 센터링의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센터링에 의한 득점 확률이 종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영국 축구는 한때 「측면 돌파에 이은 센터링」전술로 세계축구계를 풍미했다.그러나 현대 축구는 이와는사정을 달리 한다.위치를 구별하지 않는 빠르고 강한 논스톱 센터링을,또 반대편 공격수들은 반드시 대각선으로의 질주를 요구받는 추세다.
이와함께 주목할 일은 센터링은 상대 골문 방향으로 휘어지게 차는게 포인트란 사실이다.
이 방향은 대시하는 우리측 공격수에게 충격을 주지않고 회전방향으로 머리나 발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볼의 방향을 바꾸기 쉽고,또 상대 GK와 수비수보다 대시하는 우리측 공격수가 한결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전문가들이 굳 이 센터링을띄울 경우 왼쪽에선 오른발을,오른쪽에 왼발을 사용하도록 권하는이유도 여기에 있다.실제로 이처럼 센터링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골 성공률이 무려 4배에 이른다는게 이들의 분석이다. 또 인사이드.아웃사이드 킥을 자유자재로 구사할줄 아는 전문 키커의 양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데 현 월드컵팀 전문키커인崔大植의 진가가 높게 평가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辛聖恩기자〉 ◇도움말 주신 분=申東成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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