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르네상스 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국 프로야구가 11년 만에 관중 400만 시대를 다시 열었다. 26일 경기가 열린 잠실·광주·대전 경기장에 2만1588명의 관중이 입장, 479경기(95% 소화) 만에 누적 관중 401만 1421명을 기록했다. 연관중 400만 돌파는 1996년 449만8082명 이래 11년 만이고, 2000년대 들어서는 처음이다.

 국내 프로야구 26년 동안 400만 이상 관중은 단 네 차례였다. 93년 443만7149명으로 첫 테이프를 끊은 이래 96년까지 4년 연속 400만을 돌파했다. 95년엔 540만6374명으로 전무후무한 500만대 관중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찬호 등이 미국 프로야구에서 맹활약하면서 팬들의 시선이 메이저리그에 사로잡히기 시작했고, 많은 스타 선수와 유망주들이 한국 대신 미국과 일본행을 택하면서 국내 프로야구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달성 등으로 야구팬의 전체 ‘파이’도 작아졌다. 99년 이후에는 340만 명을 넘은 적도 없었다.

 2007년 프로야구는 르네상스를 맞았다. 가장 많은 팬을 가진 LG와 롯데의 분발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지난해 8위와 7위로 꼴찌를 다퉜던 LG와 롯데는 4강 포스트시즌 진출엔 실패했지만 8월까지 중위권 싸움을 벌이며 관중몰이를 주도했다. 5위 LG는 26일 현재 지난해보다 33%, 6위 롯데는 무려 79%나 관중이 증가했다.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선두 SK의 노력도 돋보였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시즌 내내 1위를 지켰다. 이만수 SK 수석코치의 ‘팬티 퍼포먼스’가 펼쳐진 5월 26일, 문학 구장은 2년2개월 만에 만원(3만400명) 사례를 기록했다. SK는 올해 64만6576명이 들어와 지난해 대비 관중이 98% 늘었다. 8개 구단 가운데 최고 증가율이다. 경기당 평균 1만429명으로 두산과 LG(이상 잠실), 롯데(사직)와 함께 평균 관중 1만 명을 넘어섰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시즌 평균 관중 1만 명 이상인 구단이 네 팀이었던 적은 처음이다.

 박찬호·김병현·서재응 등 메이저리거와 이승엽·이병규 등 일본파의 동반 부진으로 야구 팬들의 관심이 줄어든 외부 요인도 국내리그의 흥행을 부채질했다.

 이진형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부장은 “올 시즌 405만 명의 관중이 예상된다. 8, 9월 집중호우 등 악천후로 예상보다 9만 명 정도 준 것이 옥에 티였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