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증인에 농락당한 힘없는 국정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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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자 어금니」가 빠진 국회법사위는 8,9일 또 한차례 무기력을 절감해야 했다.
국정조사 활동의 핵심인 수표추적에 실패한 법사위는 사실상 아무런「무장」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틀동안 증인.참고인 신문을벌였다. 법사위원들은 핵심증인.참고인인 曺琦鉉 前청우종합건설회장과 李甲錫.金光鉉 前청우부사장,李東永 前대로건설사장등을 차례로 신문했으나 서로 1백80도 다른 주장을 대책없이 들어야만 했다. 법사위원들은 특히 상무대 공사대금의 정치자금 유용의혹을받고 있는 曺씨를 8일 오전부터 9일 새벽까지 무려 16시간동안이나 질리도록 추궁했으나「아니오」라는 답변밖에 듣지 못했다.
曺씨는 의원들이 물증없이 빈손으로 나온 약점을 파악하고 있다는듯 처음부터 당당히 나왔다.
그는『신문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구할수 있다』는 玄敬大위원장(民自.제주시)의 말에『공개해도 관계없다』고 했다.
曺씨는 李.金씨등이 군검찰에서『曺씨가 로비.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한 진술내용의 사실여부를 따지는 의원들에게『선진외국의「라비」와 우리나라의「로비」는 다른 것같다.우리나라「로비」가 뜻하는대로 돈을 뿌려가며 누구에게 부탁한 일은 결코 없다』며 태연자약하게 대꾸했다.
그는 심지어 청우로부터 돈받은 혐의로 군사재판에 계류중인 鄭錫容 前상무단 계약처장등에게조차「단돈 10원도 안줬다」고 했으며,李鎭三 前육군참모총장 관련설에 대해서는『총장이 뭐가 대단하다고 돈을 주겠느냐』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曺씨는 인내심이 약한 의원들이 실수할 경우에는 가차없이 반격했다.그는 羅柄扇의원(民主.전국구)이『어쩌면 그렇게 당당하냐.
당신이 진짜 佛子냐』고 비난하자『증언을 그만두고 싶다』『인신공격성 발언을 삼가는 것이 의원품위를 지키는 길』이 라고 대들었다. 법사위원들이 무장해제 상태에서 벌인 8,9일의 증인.참고인 신문은 결국 의혹관련자의 목소리만 높여준 셈이어서「실체적 진실」은 더욱 가물가물해졌다는 평가다.
결국 상무대조사도 과거「율곡」「평화의 댐」국정조사의 전례처럼흐지부지 매듭도 없는 실패한 국정조사로 끝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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