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주가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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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18면

올해는 한가위 경기가 모처럼 좋았다고 한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었다는 소식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내수까지 고개를 들면서 사람들의 씀씀이가 넉넉해진 덕분이다.

주식 투자자들에겐 한가위가 더욱 풍요롭게 느껴질 법하다. 올 들어 21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4% 올랐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40%를 넘었다. 운 좋게 중국펀드에 돈을 넣은 사람은 60%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8월 초 닥친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투자자들을 혹독하게 시험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실적을 믿고 끈기있게 버틴 투자자들은 큰 수확을 거뒀다. 포스코가 21일 67만원을 넘어서 올 들어 117% 급등했고, 현대중공업은 248%나 뛰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보내는 투자자들의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으로 연일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원유값은 뛰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를 등에 업은 ‘버냉키 랠리’가 대충 한계에 도달할 때도 됐다.

추석 이후 증시 행보에 대해선 두 가지 시각이 맞서고 있다. 먼저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확인되기까지 당분간 쉬어갈 것이란 신중론이다. 기준금리의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택가격은 앞으로 1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소비는 계속 줄어들고 기업들의 실적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글로벌 증시도 온전히 버티기 힘들 것이란 사실을 신중론자들은 환기시킨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미국의 경기 흐름과 기업 실적의 향방이 뚜렷이 드러나기까지 서너 달 동안, 중국·인도·한국 등 신흥시장은 오히려 안심하고 ‘유동성 잔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시장과 신흥시장이 따로 노는 이른바 ‘디커플링’ 기대감이다. 근거는 이렇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글로벌 유동성이 풍족해졌지만, 마땅히 갈 곳은 없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진이 우려되는 미국과 유럽에 투자하기는 꺼림칙하다. 게다가 달러 약세로 달러 표시 자산의 매력은 뚝 떨어진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신흥시장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이나 원유 등 실물자산이 각광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증시가 앞서 뭔가를 보여줬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전혀 개의치 않고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제 신흥시장 전반의 흐름이 중국을 닮아갈 것이란 게 낙관론자들의 생각이다. 설사 미국 경제가 가라앉더라도 성장률 1%대 밑으로 망가지지만 않으면 별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진단한다. 신흥시장 자체의 투자와 소비가 계속 왕성해지고 상호 교역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으로 그 혜택을 보는 기업으로 꼽힌다.

양쪽 시각 모두 통하는 것은 한 가지 있다. 지난 8월보다 투자 위험은 한결 줄어든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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