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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에서 아귀찜까지…읽고 만들고 먹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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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13면

음식만화를 보는 일이 일종의 피학 취미가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맛의 달인이 세상 모든 좋은 형용사를 끌어 붙여 요리를 내놓는 광경에 무릎을 친다 한들 먹을 수는 없으니까. 문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음식만화 보기를 멈출 수 없고, 흐르는 침 또한 막을 수 없으니 손 닿는 데 있는 주전부리나 탐하는 수밖에.
음식만화에 나오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달인이 내놓는 산해진미가 아니라도 좋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그 맛을 혀로 느껴보고 싶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조리법이 종종 등장하는 만화들은, 그래서 반가울 수밖에 없다. 커피와 칵테일에서부터 복잡한 조리법이 등장하는 중식, 실존하는 일본 도쿄 쓰키치 어시장 구경법이나 마산의 유명한 아귀집 정보까지. 눈요기를 넘어 직접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나오는 만화들을 연휴를 이용해 탐식하면 어떨까.

음식만화로 즐기는 한가위

한·중·일의 요리법을 배운다
직접 해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이 등장하는 ‘DIY(Do-It-Yourself) 음식만화’의 최고봉은 역시 『빈민의 식탁』이다. 제목 그대로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가 등장한다. 홀아버지와 어린 아들, 딸이 극히 제한된 식재료 값으로 풍요로운 식탁을 매일 경험한다는 내용이다. 검은깨 2작은술 6엔, 참치캔 하나 90엔, 집에서 키운 방울토마토 3알 20엔 등 ‘형식파괴 참치비빔초밥’에 드는 돈은 1인분에 81엔. 한 사람이 10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 실제 응용 가능하다는 점이야말로 최고의 매력. 식재료 값이야 국경을 넘으면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대개 1인분에 1000원 안팎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재료 소개부터 필요한 양, 조리법까지 이야기 속에서 소개하는 것은 물론 각 이야기 마지막에 조리법 페이지를 따로 둘 만큼 친절한 『빈민의 식탁』은 ‘싸고 맛있게’ 식사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만화. 재료도, 완성된 요리도 극히 현실적으로 유용한 것들이다.

『심부인의 요리사』는 일본 만화지만 중국을 배경으로 중식 요리가 다수 등장하는 시대물이다. 대부호 유홍 대감의 아내 심부인은 젊고 아름다운 미인이다. 매번 “유가의 안주인인 심부인은 먹을 것을 매우 좋아하는 여인이었다”라는 말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심부인은 실로 관능적인 외모의 소유자로 남자를 쥐락펴락하는 데 재능이 있다. 심부인의 요리사 이삼은 아름다운 여주인을 신을 우러르듯 숭배해 그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는 게 지상 최고의 행복이라고 믿는다. 이삼은 진귀한 재료보다 지극한 정성으로 음식을 준비하는데, 그가 여주인의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샅샅이 소개된다. 중국 요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인 불 조절법도 나와 있다. 맛있어 보이는 요리 조리법이 상세하다 해도 쉽게 팔을 걷어붙일 수 없는 건, 한국에서 재료를 구하기 힘든 중식의 한계.

『푸드 코디네이터』는 음식에 접근하는 태도를 주로 다룬다. 내용 중에는 조리법이랄 게 없는 일이 많지만 돈가스 소스와 마요네즈를 섞으면 오코노미야키 소스가 된다는 식의 소소한 정보들과, 권말에 수록된 각종 조리법이 압권. ‘아빠들을 위한 간단 요리 레시피’는 베트남식 가지 구이나 새콤한 닭고기 탕수육을 손쉽게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맥주 한잔에 곁들이기 좋은 간단 요리 소개가 유용하다. 『인어의 밥상』에는 조리법보다는 일본의 명물인 각종 해산물 요리에 관한 정보가 많다. 필요 이상으로 여자 주인공의 속옷을 노출하는 작품으로, 도쿄의 쓰키치 어시장 둘러보기 같은 정보는 해산물 마니아에게 쏠쏠한 읽을거리가 되어 준다.

음식만화가 일본에만 있는 건 아니다. 도박만화 『타짜』로 이름을 드높인 허영만의 『식객(食客)』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한 뒤 그린 한국적 요리만화다. 천하제일의 맛을 찾기 위해 팔도강산을 누비지만, 중요한 건 ‘천하제일’이 아니라 각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온갖 음식의 향연이다. 매권 앞부분에 작가가 직접 취재를 갔던 지역의 사진과 음식정보가 실려 있는 게 장점. 서산 간월도의 어리굴젓, 마산의 명물 아귀찜 거리 등 미식 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설명이 이어진다. ‘좋은 어리굴젓 고르는 법’이나 ‘어리굴젓 담그는 법’ 같은 원산지 정보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커피·칵테일도 내 손으로
술이나 커피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바텐더』에서는 칵테일을 만드는 정보를, 『카페 드림』에서는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하는 포도주가 너무 비싸다면, 집에서 내 입맛에 딱 맞는 칵테일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바텐더』에서 피곤해 거칠어진 혀에 맞는 미즈와리(물을 탄 술) 만들기는 기본. 흑맥주에 토마토 주스를 섞은, 원기 회복이나 해장술로 좋은 레드 아이 제조법은 꽤 유용하다.

최근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때문에 커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는데, 집에서도 전문점에서 파는 것 같은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카페 드림』은 한국에서도 널리 쓰이는 일본식 드립 커피 만드는 방법을 여러 차례에 걸쳐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 원두만 좋다고 다는 아니다. 드립 종이 접는 방법부터 뜸들이기, 온도 맞추기 등 전문 서적만큼 상세한 ‘맛있는 커피 내리기’ 방법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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