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일기 운동-인간성회복協에 격려.문의전화 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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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86)3816,8.서울서초구서초동「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사무실 전화는 1일 오후부터 사실상 불통이다.고장이 나서가 아니라 쉴새없이 전화가 걸려와「계속 통화중」이다.
『이렇게 반응이 클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많은 시민들이사회가 이래선 안되고 자신도 무언가 역할을 해야한다고 절실히 느끼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적절한 방법을 모르고 기회가없을 뿐이라는걸 확실히 알게됐습니다.』 2대의 전화를 통해 뜨겁게 전해지는「시민정신」의 폭발에 이 단체 실무부회장 高鎭光씨(40)는 감격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高씨를 비롯한 3명의 직원들은 협회가 4년째 벌이고 있는「사랑의 일기장」보내기운동이 中央日報에 보도된 1일이후 사흘째 쉴새없이 걸려오는 문의.격려전화를 받느라 온종일 전화통을 붙들고있다.2일엔 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끊을수 없어 오후10시까지 사무실을 지켰지만 너무나 뜨거운 호응에 피곤을 느낄 틈마저 없었다고 했다.
『「아빠 저 형이 자기 아빠를 죽인거야」라는 아홉살난 아들의질문에 가슴이 철렁해 밤새 잠을 설쳤다』는 아버지,『성폭력.성추행 보도가 나올때마다 어느새 코밑이 거뭇거뭇해진 아들을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는 어머니,의사.교사.회사원.호 텔지배인.농부.경찰은 물론 멀리 해외교포들까지 1천여명이 전화를 걸어왔고40여명은 직접 사무실을 찾아왔다.이들의 말은 한결같이『이제 어른들이 제대로 어른노릇을 해야한다.나도 무언가 할일을 하고싶다』는 것이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평소에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었지만 朴漢相군 사건이후에는 말할수 없을만큼 참담한 심정이었어요.「사랑의 일기장 운동」이야말로 백마디 말보다 한가지 실천이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것같아요 .』 협회로 국제전화를 걸어온 미국 LA 교포 尹蘭香씨(38.주부)는『해외교포들에게 2세교육은 유일한 희망이지만 이질적인 문화속에서아이들이 자꾸 엇나가는 것 같아 모두들 고민』이라며『사랑의 일기장 LA지부를 설립해 교포자녀들에게도 이 운동을 펼쳐보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다.
김포공항 공항경비대 盧모경장(40)은『일에 쫓기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어 항상 고민이었다』며『아이들에게사랑의 일기쓰기를 권하고 나자신도 아빠의 일기를 써 아이들에게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 40대 주부는 강릉의 母校 전교생 6백여명에게 일기장을 보내달라고 매달 15만원씩 기부를 약속했고「재정난에 협회 전화기 한대가 전화국에 차압됐다」는 말에『전화료 28만원을 대납하겠다』고 선뜻 약속한 회사원도 있었다.어느 여중교 사는『사춘기에 고민하는 중학생들을 위해서도 사랑의 일기를 제작해 달라』고부탁해 왔다.『돈으론 못도와줘도 사랑의 일기를 포장하고 전화받는 일을 돕겠다』고 자청한 주부도 10여명이나 됐다.
호응은 시민들만이 아니라 정부기관.단체에서도 마찬가지로 총리실과 내무부.서울시.우리농업지키기국민운동본부.유네스코등이 이 사업을 돕겠다는 뜻을 인추협에 전해왔다.
이 협회회장인 金富成교수(가톨릭의대)는『우리사회 저변에는「共同善」을 지향하는 뜨거운 시민의식이 흐르고 있다』며「사랑의 일기장」운동은 비록 작은 것이지만 어른들이 실천을 통해 사회를 바로 잡아나가는 출발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金鴻 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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