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내 열 살, 대보름 아침 은발 품에 안겨온

목이 작은 술병 하나, 상기도 이리 느껍네

한 세상 귀 밝게 살도록

온몸 붉게 달군 술.

한 잔, 그 술 기운 긴 일월을 내리 벋더니

인젠 그 기운 다했는가 귀울음 거푸 울어…

숫눈길 홀로 성묘하매

문득, 술병 삼삼하네.

뉘처럼 귀를 씻고 긴 하루 건넌 저녁

아련한 고봉밥처럼 함박눈 저리 쌓이고

처마 밑 등불을 살피는

하얀 음성, 보이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