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이 없나,못잡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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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국의 각 대학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회장의 연합조직체인 한총련의 제2기 출범과정에서 나타난 친북한 주장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6·25를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하고,북한의 이른바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주사파」의 기조를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한총련 조직원 전부가 친북성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최소한 강령과 선언문 작성에 간여한 핵심멤버는 주체사상으로 무장된 「주체의 전사」임이 분명하다.
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이들의 활동은 명백히 북한과 연계되어 있으며,이들의 투쟁노선은 민민전방송 등 북한방송들이 제시하고 있는 지침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총련 산하에 있는 「남총련」의 투쟁노선과 북한방송이 제시한 투쟁지침은 내용은 물론 사용된 용어까지 거의 비슷하다.
한총련은 그 강령에서 노동자·농민 등과의 연대활동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 노동분야에서도 최근 일부 불온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리 사회에 북한과 직·간접으로 연계된 세력이 상당히 퍼져 있음을 알게 된다. 여기에는 북한의 방송 등 매체를 통한 영향뿐 아니라 간첩을 통한 직접공작도 틀림없이 있으리라고 봐야 한다. 대통령까지도 지난번 여야 영수회담에서 간첩들의 암약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동안 대남 간첩활동에 그토록 공을 들여왔던 북한이 지금이라고 해서 간첩들의 공작활동을 축소했을리는 없다. 오히려 저들로서는 공작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작활동을 강화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6공 때의 「노동당 중부지역당사건」이후 간첩을 잡았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새정부들어서는 한건의 간첩 검거 발표가 없었다.
동·서독이 대립하고 있을 때 당시 서독의 브란트 총리는 비서의 동독을 위한 스파이활동 때문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미국 CIA요원의 러시아를 위한 스파이활동으로 미국의 첩보조직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정부 내부나 사회의 핵심조직이 과연 북한의 공작활동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그렇다고 안심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국가의 방첩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의 대공방첩기능은 어떤가. 안기부를 비롯해 기무사·경찰 등 방첩기능을 맡고 있는 기관들이 정치사찰 및 공작 등으로 비판을 받고 그 체제가 개편되는 과정에서 대공기능은 상당히 손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상황이 오래 가서는 안된다. 정부는 어서 빨리 대공기능을 추슬러 우리 체제를 무너뜨리려고 암약하는 간첩의 검거와 그 동조세력의 극소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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