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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청표 모으자는 '신국토 구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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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노무현 대통령이 대전까지 내려가서 '신국토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혁신형 국토구축' '다핵형 국토구축' '네트워크형 국토구축'등 다양한 목표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단이 무엇인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구체적인 내용이라면 새 수도 건설에 대한 의지 재천명 정도다. 대전까지 내려가 이런 발표를 한 것은 결국 충청권을 겨냥한 총선용 선거운동이란 의혹을 가지게 한다.

정부는 "수백여 차례의 회의를 거쳐 만든 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황급한 총선용 대책이 아니라 진지한 정책이라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4~5개 정부 부처가 수백회에 걸친 회의 끝에 내놓은 구상이 "남.서.동해안 축으로 구성되는 거대한 파이(π)형 국토축 구성과 지방주도형 개발을 통해 10년간 연평균 6.6%의 성장을 이뤄 2012년이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니 이런 막연한 내용이 어디 있는가. 국토구상이 없어서 지역균형개발이 어려웠던 것이 아님은 수차례 국토계획을 수립했던 정책입안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대통령이 대전에서 신수도 건설을 다시 한번 다짐한 것은 "총선이 끝나면 신수도 건설이 유야무야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구심은 수도 이전이 거쳐야 할 국민적 합의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난 김수환 추기경도 "표를 의식해 수도 이전이라는 중대사를 그렇게 결정해 버려도 될 것인지"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국민 의견 수렴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방지 등 기술적 내용을 담은 특별법 통과를 국민합의로 보는 것은 타당치 않다.

정부가 하루가 멀다하게 각종 정책을 발표하는데 이 가운데 얼마나 실현이 가능한지 정부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지금같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총선에 몰두한 적은 없다. 우리는 승부사 대통령이 아닌 나라 장래를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