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유행에 흔들리는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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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다른 예술 분야의 형편은 어떤지 모르겠다.문학,그 중에서도 소설 쪽의 형편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대목이 확연히눈에 띈다.다름아닌 문학적 유행 풍조의 범람이다.
어느 시대인들 유행 없던 시대가 있었을까마는 특히 요즘의 문학 지망생들 작품을 접하노라면 유행병의 침륜이 위독한 지경에 다다랐음을 실감하게 된다.모든 창작은 흉내일 뿐이며 진정한 의미의 독창성이란 애당초 존재할 수 없다는 식의 가 벼운 사고,손 안대고 코 풀려는 경제적인 발상이 천연스레 표출되고 있다.
그것이 한창 문학에 투신해야 할 젊은 세대가 기성 문단으로부터받은 유행풍조의 영향이라 생각되어 기성인으로서 일정한 몫의 책임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인들의 치마 길이가 세월에 따라 무릎을 중심으로 수없이 오르내리는 현상을 목격한다.만약 누군가 엉덩이까지 드러내는 초미니 스커트 시대에 치맛자락으로 길바닥을 쓸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당연히 손가락질의 대상이 될 것이다.새 로운 유행은새벽 이슬과도 같아서 언뜻 보기에 신선하고 근사하다.하지만 이슬의 그 영롱함은 잠깐일 따름으로 떠오르는 태양빛에 맞추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끔 운명지워져 있다.이슬방울로는 갈급한 자의목을 축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작 은 한 포기의 생명도 키울수 없다.
그 동안 문학사에는 수많은 사조와 주의들이 명멸해 왔다.잠시떠났다 되돌아오는 고향과도 같은,유행에 상관없이 긴 생명력으로독자들의 목마른 영혼을 해갈시켜주는,다시 말해 문학이란 스커트의 샤넬라인에 해당하는 어떤 기준이 있다면 그 것은 이상주의,아니면 인본주의,아니면 사실주의이기 십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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