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내실형 성장」 틀 갖춰/물가·수급불균형은 아직도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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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은행이 「본격적인 경기 확장국면」이라고 해석한 1·4분기 우리 경제는 과연 「우량아」인가 아니면 「비만아」인가.
3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올 1·4분기 성장세에 일부에서는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회복세는 비교적 고른 균형을 갖춘 「내실형 성장」의 틀을 다져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갓 살아난 경기를 계속 「우량아」로 키우려면 앞으로도 고른 영양공급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국면이다.
「3저 호황」을 타기 시작했던 86년 1·4분기와,건설특수가 몰아쳤던 90년 1·4분기 등 과거의 경기확장기와 올 1·4분기의 모습을 같이 놓고보면 그같은 사실이 눈에 띈다.
성장·수출·민간소비·투자증가율 등 성장의 실속을 진맥할 수 있는 네가지 지표로 마름모 그림을 그려볼 때 알맞게 통통하고 균형이 잡힌 모양이 나오는 것이 건전성장의 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올 1·4분기의 마름모는 과거 두차례의 경기확장기에 비해 역동적 맛은 없지만 가장 중심잉 잡힌 모습이다.
3저 호황에 수출 중심의 쾌속성장을 보인 86년 1·4분기는 건강하기는 하지만 약간 야윈 모습이다. 수출이 잘되는 맛에 사회간접자본을 비롯한 각 분야의 투자가 미처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건설경기 호황이 불을 댕긴 90년 1·4분기의 경기확장세는 「기형아」에 가까운 모습이다. 수출은 오히려 감소한채 과소비 바람이 불었고 설비투자는 부진한채 건설투자만 대폭 늘어나는 등 「불균형 성장」이 심화된 것이다.
잠재성장률 7%를 훨씬 웃돈 이번의 경우도 물가와 국제수지에 일부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또 일부 부문에서의 심상찮은 공급애로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대로 괜찮은 지금의 모습을 지켜 확장기를 오래 끌고 가기 위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역시 물가와 수급 불균형일 것이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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