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침체경제에 활력 불어넣기/나­선지구 외국투자확대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법률정비로 개방조치 마무리 시사/핵해결되면 투자러시 본격화할듯
북한 정무원이 지난 두달간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의 외국인기업 설립에 폭넓은 재량권을 주고 이곳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는 관련규정들을 승인한 것은 경제특구에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려는 개방조치가 마무리단계에 왔음을 뜻한다.
자유경제무역지대에서 언론·출판·통신을 제외한 모든 부문의 외국기업을 허용하고 청진항에 이어 나진·선봉항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함으로써 외국인 및 외국기업의 투자유인은 한층 커졌다.
북한이 나진·선봉지구의 개방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은 2년반전인 91년 12월이었다.
그뒤 실제 외자유치실적과 개발진척은 미미하지만 북한당국이 관련법규를 잇따라 정비해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기반조성에 상당한 힘을 쏟아왔다.
나진·선봉지구의 개방가속화와 성과는 앞으로 북한 대외경제개방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북한이 아직 「중국식 개방」 모델에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경제무역지대의 설정 및 개발,관련법규 정비를 볼때 북한지도부가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대외개방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외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식한 북한당국이 정치·사회적 파급이 가장 작은 동북부의 맨끝 나진·선봉지역을 개방지구로 택하게 된 것이다.
이 지역은 또 두만강 개발계획과 맞불려있어 지역국가들과의 협력이 용이하고 외자를 끌어들이기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은 대외개방을 급속히하는데 따른 위험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점진적 개방방식을 택해왔다.
그 과정은 관련법규의 단계적 확정·발표라는 형식을 취해왔다.
북한은 핵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면 나진­선봉지구에 외국기업의 유치를 본격화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정비를 매듭짓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4월6∼7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의회) 9기 7차회의에서도 나진­선봉지구 개발과 관련,『외국기업체들의 투자조건을 원만히 보장하고 투자유치 활동을 활발하게 벌일 것』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개방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최근 나진­선봉지구 개발과 관련,▲중국·영국·호주·일본·대만·싱가포르·홍콩 등 7개국 업체와 현지 투자계약 체결 ▲김정우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4월)때 나진­선봉지구와 길림성간의 합작의정서 체결 ▲방북예정인 중국경제대표단 50명에 한국업체 대표 10명 포함 요청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다.
북한이 이 지구의 개방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정비를 마무리함에 따라 앞으로 외자유치 및 실제개발의 본격화는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국면이 어느 정도 풀려 가느냐에 상당부분 달려있다.<유영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