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말장난'으로 마케팅하는 소주업계 '첨가물'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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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소주업계 1, 2위 업체인 진로와 두산주류의 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지난달 진로가 알코올 도수 19.5도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하면서 낸 광고가 발단이 됐습니다. 급기야 이번 다툼은 공정위 제소까지 갔습니다. 진로가 ‘소주에서 설탕을 뺐다’는 광고를 내보내자, ‘처음처럼’을 판매하는 두산은 “그러면 우리는 설탕을 쓴다는 말이냐”며 발끈했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두산은 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양의 나트륨 성분이 들어 있다며 경쟁 제품을 ‘소금 소주’로 몰고 갔습니다. 결국 양측의 신경전 끝에 두산은 선양·한라산 등 지방 소주업체와 손잡고 17일 진로를 허위 비방 광고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했습니다.

 두 회사의 첨가물 논쟁을 이해하려면 설탕과 과당의 뜻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두산 등은 “우리는 이미 설탕이 아닌 과당을 써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진로는 “과당은 액상과당과 결정과당으로 나뉜다”며 “다른 업체들은 특성상 설탕과 다름없는 액상과당을 써왔지만, 우리는 당뇨병을 유발하는 포도당을 뺀 결정과당을 쓴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두 업체의 주장은 어찌 보면 ‘말장난’에 가깝습니다. 실제 소주의 단맛을 내는 데 설탕 혹은 과당 성분의 역할은 5%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닌 것을 내세워 다른 업체들을 자극하는 ‘얌체 같은 광고’를 내보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두산이 주장하는 ‘소금 소주’도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 양이 몸에 해롭다거나 식품 관련 규정을 벗어난 정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싸움은 식품업계에서 종종 있는 ‘이슈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끌시끌한 쟁점을 만들어 상대에 타격을 주고 자사 제품의 매출을 올리려는 것이지요. 좋은 예가 2001년 대상과 샘표식품의 ‘산분해 간장’ 논쟁입니다. 이런 전략은 간혹 재미를 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공멸하는 결과를 빚기도 합니다. 90년대 ‘쇳가루’ 논쟁으로 녹즙기 시장 전체가 죽어버린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두 소주업체는 지난해에는 ‘알칼리수’ 공법을 놓고 비방전을 펼치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두 업체의 진흙탕 싸움이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주 맛을 뚝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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