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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개혁,원칙있게 하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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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어촌발전위원회가 4개월 가까이 걸려 마련한 농정개혁안을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했다. 경력·성향 등이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농발위가 이처럼 길지 않은 기간에 향후 우리 농업정책의 기본방향과 부문별 대책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분야별 대책에서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농·수·축협 신용사업의 분리,대형 도매시장 관리운영체계의 일원화,농공지구의 대기업 참여 허용,농리수산 관련 정부조직의 정비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들 문제를 풀어가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농지소유 및 이용규제방안 같은 일부 핵심 쟁점들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이들 문제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농발위 보고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지제도 개선과 관련해 농지소유와 이용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제강화가 어떻게 「농업경쟁력 강화」라는 목표와 합치할 수 있는지 설득력이 없다. 농발위안은 농민을 출자로 한 농업법인의 농지소유나 영농목적의 비농업진흥지역 농지소유한도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통작거리,농지취득전 6개월 사전 거주요건 등 규제적 요인을 존치시키고 있다. 특히 사전 거주요건은 정부가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지난 21일부터 폐지한 것이기도 해 앞으로 재검토가 요구된다.
또 투기적 농지소유의 경우 매입가격으로 국가기관에 매각을 의무화하고 대금은 채권으로 지불토록 한다는 방안은 사유재산권 행사에 대한 근본적인 제약일 뿐더러 「투기」의 정의 등 실무적인 면에서도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것이다. 농지투기는 기본적으로 농지외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농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용제도와 관련세제의 정비를 통해 접근해야지 강제매각 등의 방법으로 다스릴 성질의 것이 아니다.
농발위가 농어민 복지증진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농어촌 학생의 대입 특례 배정,직장의보와의 통합을 의미하는 통합의료보험 실시 또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농발위는 농업정책이 「농어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감대의 기반은 「호혜」에 있다고 본다.
농어촌에 있어 교육·의료여건의 개선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이는 재정배분의 확대,세제상의 혜택 등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일이다. 특례입학은 교육에 있어서의 기회균등,의보통합은 직장근로자의 의보혜택 축소라는 민감한 사안에 걸리게끔 되어 있다. 이는 자칫하면 우리 사회 구성체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소지마저 있다는 점에서 재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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