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청약가점제 ‘커트라인’ 도입 혼란 줄지만 서열화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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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7일 처음 도입된 청약가점제에 대학입시처럼 ‘커트라인’이 생길 전망입니다. 1978년 도입된 아파트 청약추첨제가 29년 만에 ‘추첨제+가점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인데요. 어느 지역의 아파트는 몇 점이면 당첨이 가능한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게 건설교통부의 설명입니다.

 청약가점제 대상 아파트는 17일 현대건설이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서 분양하는 ‘논현 힐스테이트’ 113~260㎡ 594가구(가점제는 327가구)를 시작으로 5곳에서 총 2160가구가 쏟아져 나올 예정입니다.

 건교부는 “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만큼 청약자가 청약 여부를 결정하고, 당첨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할 것”이라며 “개별 아파트나 동시분양 단위별로 청약 결과가 나오면 당첨자의 커트라인 점수를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택 평형별로 세분해 발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돼 전체 평균 점수를 공개하거나 최고 커트라인과 최저 커트라인만 공개하는 방향을 논의 중입니다.

 이처럼 커트라인이 공개될 경우 특정 단지로의 청약자 쏠림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같은 지역에 분양하는 다른 아파트의 가점제 점수를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청약자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대학교 학과별 커트라인처럼 강남 A아파트는 80점, 강북 B아파트는 60점 식으로 주거지역에 따라 점수가 매겨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점수화에 따른 거주지 평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를 수도 있죠. 특히 청약가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점수만 믿고 무조건 강남권만 노리고 집을 사지 않는 ‘주택 구입 대기현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청약가점제 시행 이후에도 중소형 아파트는 분양 물량의 25%, 중대형 아파트는 50%가 종전과 같은 ‘추첨제’ 방식을 이용합니다. 추첨제로 뽑힌 사람의 점수는 공개되는 당첨자의 커트라인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가점제 실시 첫날, 주무 부처인 건교부가 불쑥 들고 나온 ‘가이드라인’이 제발 시장 혼란을 더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뜩이나 대학입시 제도만큼이나 자주 바뀌는 청약 제도 때문에 아파트 분양 한번 받으려면 머리를 싸매고 공부해야 합니다. 당장 17일 가점제에 따라 분양 신청을 받은 주택업체들은 새 제도에 따른 청약방법을 잘 모르는 고객들이 쏟아내는 질문에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문입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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