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팻감, 시간, 그리고 단순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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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5국>
○ . 이창호 9단(왕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제8보(124~150)=숨가쁜 초읽기 속에서 124 연결하고 125 때려내자 126 막는다. 모두 필연의 수순이다. 여기서 윤준상 6단이 숨을 멈췄다. 기로라고 느꼈기에 127로 귀중한 ‘팻감’ 하나를 소비하며 1분의 ‘시간’을 벌었고 놀랍게도 129라는 수를 찾아냈다. 그러나 129는 과연 옳았을까. 전쟁터의 총알만큼이나 절실한 것이 팻감인데 129는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단순하게 ‘참고도’ 흑1로 끊을 경우 백A가 팻감이 되고 이곳에서만 살자는 자체 팻감이 무려 8개나 발생한다.(백은 이 외에도 실전의 148까지 팻감이 3개 더 있어 모두 11개) 129는 그 8개의 팻감부터 차단하는 게 옳다고 본 고심의 착수. 대마는 끊기는 곳이 두 군데라 패만 이기면 어차피 끊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29는 빗나갔다. 진행 과정에서 보듯 134, 140 등이 놓이며 중앙에서 새로운 팻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답은 역시 ‘참고도’처럼 단순하게 끊는 것. 이 경우 흑의 팻감은 B쪽과 131 등 9개에다 우하귀 쪽 3개까지 모두 12개가 된다. 백도 이 12개의 팻감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판을 크게 뒤흔들 수 있었고 백도 자칫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었다.

 하나 윤준상은 스스로 흔들리고 있었다. 패싸움에선 팻감이 생사 그 자체인데 패싸움 직전에 천금 같은 팻감(127)을 낭비했고 또 141 때도 또 하나 허비한 것만 봐도…. (130·133·136·139·144·147·150은 패 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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