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디기의 서울구경-인간애 넘치는 판소리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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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문화기획(대표 정운봉)의『방디기의 서울구경』은 관객과 함께 만드는 판소리 창작극이다.
배경은 70년대말.궁색한 시골살림에 지친 방디기가 9명의 딸과 함께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지만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처지라 모진 대처살이에 한숨과 시름만 깊어간다.빈민층에 대한 병원측의 진료거부,말단관리들의 고압적인 자세,철 거반원들의 횡포등 극중 옛날얘기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의 일만은 아니다.방디기의 꿈많았던 서울살이는 결국 도시와는 어울릴수 없는 시골 이방인의 서울「구경」으로 끝나고 만다.1대 품바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정규수의 관 객과 주고받은 걸쭉한 입담이 극 시작부터 술술 풀려나오며 객석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해체시키고 MBC강변가요제 출신 제주産 비바리 문희는 신인답지 않은 장단과 너스레로 애교만점 푼수 鼓手역을 거뜬히 풀어낸다.
『방디기…』의 개막으로『나의 가장 나종지니인것』『넌센스』『불좀 꺼주세요』등 자신의 연출작 4편의 연극을 동시에 공연하게된욕심많은(?)연출자 강영걸씨 특유의 해학과 인간애가 훈훈하게 느껴지는 작품.6월12일까지 샘터파랑새극장.(7 63)8969〈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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