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핵정책/잠재능력 보유 국제위상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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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발전량 적고 건설비 막대한 고속증식로 실용화에 총력
일본이 핵재처리시설을 늘리고 플루토늄을 과다보유하고 있는데 대한 국제적 시선이 따갑다. 9일에는 일본의 핵연료제조시설에서 핵폭탄 9개분의 플루토늄 70㎏이 발견돼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맞불려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핵정책·현황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지난달 5일 일본 후쿠이(복정)현 쓰루가(돈하)시의 고속증식로(FBR) 원형로 「몬주」가 임계에 달해 시험가동에 들어간 것은 바로 플루토늄시대의 막을 여는 것이었다. 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일반 원자로에서 나오는 핵연료재처리와 고속증식로에 의한 플루토늄 이용에 힘을 기울여왔다.
일본은 과거 프랑스·영국에 핵연료재처리를 의뢰,이들로부터 일반 원자로에 쓰이는 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들여왔다. 일본은 지금 아오모리(청삼)현 록카쇼무라(육케소촌)에 2000년 조업개시를 목표로 대단위 플루토늄 제조시설을 건설중이다.
이 공장은 92년 3월 조업을 시작한 우랴늄 농축공장,그해 12월 문을 연 방사성폐기물시설센터와 함께 원자력발전에 없어서는 안되는 3대 시설이다. 비록 천연우라늄은 안난다 하지만 일본은 이같은 핵사이클 완성으로 명치유신이래 과제인 에너지 자급을 거의 달성하는 셈이 된다. 플루토늄 이용을 근간으로 하는 일본의 궁극적인 에너지 자립정책은 국내외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에너지난 해결을 위해 고속증식로가 연구되던 시점과 현재의 상황이 바뀌어 경제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냉전종결로 인한 핵무기 해체와 개발중단으로 우라늄 가격이 하락하고 플루토늄이 남아도는데다 고속증식로의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고속증식로는 일반원전에 비해 건설비가 3배 이상 들고 핵연료 가격도 10% 이상 비싸다. 몬주는 발전용량이 28만㎾에 불과한데도 건설비가 6천억엔이나 들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이 유독 핵재처리시설 건설과 플루토늄을 양산하는 고속증식로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전세계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일본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장을 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도 무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경우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악화나 결별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 당장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잠재적인 능력보유와 국제적인 발언권 향상,에너지 안보차원에서 추진되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현황/핵폐기물 13년간 6백80t 처리
일본은 66년 7월 도카이(동해) 발전소에서 상업발전을 개시했으며 현재 전국 16개소에서 원자로 42기를 가동중이다. 총 발전량중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27.1%(3만4천4백19㎾)며 2000년까지 이 비율을 40%로 높일 계획이다.
일본은 92년 3월부터 록카쇼무라(육케소촌) 농축우라늄공장의 조업을 시작했으며 2000년에는 1백만㎾급 원전 10수기분의 농축우라늄을 자체 공급할 계획이다.
일본은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 재처리를 위해 이바리키(자성)현 도카이무라(동해촌)에 하루 처리능력 0.7t 규모의 핵재처리 공장을 건설,81년 1월부터 조업을 개시해 현재까지 6백80t을 재처리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프랑스·영국과 5천5백80t의 재처리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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