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불교계 화해무산/조계종,청와대측 면담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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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부승려 최 내무 문책요구등 강경자세
정부와 여당은 지난번 조계종 사태로 빚어진 불교계와의 알력을 불탄일(18일)을 계기로 해소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벌였으나 불교계의 거부로 무산돼 정부와 불교계간의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부는 정부와 조계종간의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 불탄일 전인 16일 김영삼대통령과 월하 신임종정·탄성 신임총무원장 등 조계종 중진을 비롯한 불교계 지도자의 청와대 면담을 추진해왔으나 조계종내 일부 승려들이 반발해 무산됐다.<관계기사 5면>
또 국회 불교신도의원 모임인 정관회 회원인 권익현·강경식·조용직 민자당 의원들도 불교계와의 화해를 위해 11일 조계사를 방문했다가 일부 승려들에게 봉변을 당했으며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김종필 민자당 대표도 13일 조계사 방문일정을 취소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불교계 의사를 수렴한 문화체육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불탄일 및 월하종정 취임 축하 등을 위해 조계종 중진들을 청와대에 초청,대화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일부 승려들이 조계사 폭력사태 등과 관련한 사과보장을 요구하는 등 조계종의 강경자세 때문에 16일로 검토해온 오찬모임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일부 승려들이 김 대통령의 사과담화와 최형우 내무장관 문책을 요구하는 등 사태 본질과 관계없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부는 면담 무산사실을 13일 조계종측에 통보하고 불탄일이후 회동을 다시 추진키로 했으나 이를 둘러싼 조계종 내부의 의견이 엇갈려 전망은 불투명하다. 문화체육부 고위당국자는 『조계종 새 지도부가 출범한지 얼마 안돼 내부의견을 조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데다 불탄일 준비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청와대 면담을 일단 늦추기로 했다』고 밝히고 『18일 이후 태세가 갖춰지면 성사시킬 생각』이라고 설명했다.<김현일·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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