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7.破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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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석수장이가 정으로 돌(石)의 껍질(皮)을 벗기는 것이 破다.
돌을「깨뜨리는 것」이다.竹은 대나무 두 그루를 보고 만든 글자다.따라서 破竹은「대나무를 쪼개다」는 뜻이다.
대나무는 늘 푸름과 곧은 줄기로 해서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예로부터 四君子의 하나가 되어 선비들의 書畵에서 빠지지 않았다.그러나 대나무도 흠은 가지고 있다.잘 부러지지 않는대신 쉽게 쪼개진다.「破竹」의 결점이다.
「破竹之勢」는 전쟁에서 나온 말로 마치 대나무를 쪼개듯 승세를 타고 일거에 진격하는 것을 말한다.
晋의 將軍 杜預(두예)가 吳나라를 칠 때였다.장수중에 누군가말했다. 『여름이라 강물이 불어날 것이므로 일단 후퇴했다가 겨울에 다시 치면 어떨까요?』 그러자 杜預가 단호하게 말했다.
『무슨 말씀! 자고로 兵法에 勝勢를 타라는 말이 있소.마치 대나무를 쪼갤 때처럼 말이오.대나무는 일단 쪼개지기 시작하면 칼만 대어도 저절로 쪼개지므로 힘을 들일 필요가 없소.』 이리하여 晋의 대군은 일거에 吳의 도읍지인 建業(현재의 南京)으로진격해 吳나라를 멸망시키고 말았다.천하는 다시 통일되어 晋의 수중에 떨어지게 된다.
鄭錫元〈한양대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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