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헝가리 사회당 4년만의 權座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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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戰後 40여년 헝가리를 통치하다가 동유럽 민주화의 열풍 시절에 밀려났던 헝가리 공산당 후신인 헝가리사회당이 4년만에 권좌에 복귀했다.그동안「역사의 죄인」이 되어 원내 제4당으로 몰락해 있던 형편에 비춰보면 화려한 복귀가 아닐 수 없다.
이것과 대조되는 것이 현재의 집권세력인 헝가리민주포럼의 침몰이다.헝가리에서 공산체제가 무너지게 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던우익 보수세력의 연합체인 헝가리민주포럼은 원내 제3당으로 밀려난 것이다.
헝가리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예견됐던 일이다.지난해에 실시된 리투아니아.폴란드의 총선에서 그동안 약세에 몰렸던 좌익 정당이원내 제1당으로 약진한 이후 정치평론가들은 동유럽에「좌익 회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그 바람이 올해에는 우선 헝가리 총선에서 불 것으로 내다봤던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동유럽 국민들로 하여금「좌익」으로 돌아서게 하고 있는가.그 대답은 공산체제로부터 민주체제로 전환하는데 따른진통에서 찾지 않으면 안된다.
그 첫째는 범죄의 급증이다.헝가리의 경우 지난 88년 이후 범죄 발생률은 3배 이상으로 뛰었고 특히 조직범죄가 날뛰어 일반 국민들은 법과 질서 회복을 갈망하게 됐다.
그 둘째는 물가오름세다.동유럽에서 경제형편이 제일 낫다는 체코에서조차 물가상승률이 91년 약58%,93년에는 약 22%를각각 기록했는데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보통 약40~50%를 나타내고 있다.
그 셋째는 빈부격차의 확대다.
상공업,특히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입은 커지는데 반해,일반 봉급생활자들과 연금생활자들의 수입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부작용들은 자연히 국민들 사이에 불만을 빚고 있다.그리고 그 불만은 이제까지 민주개혁을 이끌어온 우익보수적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과 좌익에 대한 반사적 지지로 이어진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점은 동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좌익 회귀」가 옛 공산체제로의 회귀를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어느 누구도 심지어 공산주의자조차 옛 공산체제로돌아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믿 고 있다. 오늘날 헝가리 사회당을 비롯한 동유럽의 좌익 정당들은 지난 몇해 사이에 크게 바뀌었다.그들은 지난날의 잘못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자유민주주의 또는 의회민주주의,그리고 시장경제 원리에 바탕을 둔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다 .
바꿔 말해 의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그것들의 병폐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한마디로 그들의사회주의는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또는 북유럽의 복지국가론과 사실상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헝가리 사회당을 비롯한 동유럽의 「좌익」정당들이나 「좌익」정권들은 예외없이 서유럽과의 제휴.협력을 중시한다.그들 스스로의 표현으로 그들은 「서유럽으로의 복귀」또는 「서유럽과의 결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특히 열성적인 동유럽국가들이 이른바 비세그라드 4개국이다.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4개국은 헝가리의비세그라드에서 상호협력을 다짐했기에 그렇게 불리고 있는데,그들4개국 정상들은 지난 1월 체코의 수도 프라■ 를 방문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서유럽과의 결합」을 강력히 제의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동유럽 국가들은「좌익」정당들과 「좌익」정권을포함,서유럽 중심의 유럽경제지역(EEA)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열망하고 있다.그들은 그 길이 다시 제국주의의얼굴을 보일 수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나 서유럽적 민주와 번영에 동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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