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 명예회장 왜 조기귀국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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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불편한 심기의 노출이냐/국면전환 성공 판단이냐/출국 완전 은퇴로 비쳐진후 귀국/현대 “보도에 일희일비 않는 인물”
『국면전환에 성공했다는 판단때문인가,아니면 불편한 심기의 표현인가.』
한동안 일본에 머물 것으로 점쳐지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예정을 앞당겨 10일 오후 돌연 귀국함에 따라 그 배경을 둘러싸고 추측이 무성하다.
정씨는 지난 3일 『앞으로 서산농사 일에 전념하겠다』면서 일본으로 훌쩍 떠나기에 앞서 일본인 친구들을 만나고 쌀수출문제도 협의하기 위해 간다면서 2주일동안 일본에 체류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게다가 정씨를 배웅 나갔던 6남 정몽준의원은 『빨라도 6월초는 돼야 귀국할텐데…』라고 정씨가 상당기간 일본에 머무를 수 있음을 시사했던 터였다.
현대그룹측은 정씨가 일본에서의 업무를 모두 마쳤기 때문에 돌아온 것 뿐이라 해명했다.
현대 관계자는 『정 회장은 어차피 은퇴한 「자유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나가고 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원래 자기 생각대로 하시는 분이고 구체적인 스케줄을 짜서 나간 것도 아니므로 이상할게 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씨는 출국한지 불과 4일뒤인 7일 일본 동경에서 귀국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져 현대측의 이같은 설명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 나도는 얘기가 「심기불편」과 「국면전환 성공설」이다.
「자의반 타의반」 떠밀리다시피 나간 정씨가 언론에서 자신의 일본행이 완전은퇴로 비쳐지자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해 버렸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정 회장은 언론보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부인했다.
또 정씨가 정부와 현대간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실마리가 보임에 따라 국면전환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고 후속조치 마련을 위해 귀국을 서둘렀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함께 정씨의 「건강악화설」도 나오고 있으나 현대측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정 회장이 출국할 때는 정 의원이 환송했으나 귀국하는 자리에는 2남 몽구(현대정공 회장)·5남 몽헌(현대전자 회장)씨 등이 공항에 나가 정씨를 맞았다. 정 의원은 현재 말레이시아에 체류중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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