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위 스타트운동 '희망의 사다리'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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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산에서 6년 전 부모를 모두 잃은 김미진(15.가명)양은 동생.언니와 함께 힘겹게 살다 보니 학교 수업에 충실할 수 없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성적은 바닥권을 헤맸다. 하지만 김양은 올해부터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학교에서 보충학습을 받게 돼 성적이 부쩍 올랐다. 동생(14).언니(18)와 함께 당뇨와 아토피 피부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치료비는 지역의 기업이 지원했다.

선천적으로 잇몸이 약해 21개의 이가 빠진 박준수(17)군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를 해넣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지역의 기업과 단체로부터 치료비를 지원받아 임플란트 수술을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들은 모두 부산 지역 학교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희망의 사다리 운동' 덕분에 도움을 받았다. 부산에서 희망의 사다리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희망의 사다리 운동은 본사가 추진하는 '위 스타트 운동'을 벤치마킹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We)가 나서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공정한 복지(Welfare)와 교육(Education)의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출발(Start)을 도와 가난 대물림을 끊어준다는 위 스타트 운동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희망의 사다리 운동은 민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역의 시민 및 시민단체, 기업 등이 기금을 조성한 뒤 지원한다.

부산시 반송동에서는 주민들과 지역 초등학교 4곳, 중학교 3곳, 병원 등 10여 곳과 개인 431명이 운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그동안 1억364만2000원의 성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946명의 지역 청소년에게 교복 및 입학금, 점심값을 지원했다. 모라동 희망의 사다리 운동엔 학교 6곳과 7개 기관, 개인 190명이 참여해 1862만2000원을 모금했다.

기금은 법정 후원금 처리가 가능한 지역의 복지관이 희망의 사다리 운동 계좌를 만들어 접수하고 배분하고 있다. 이 운동은 하반기엔 북구 금곡.화명동까지 번질 전망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운동이 확산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부산 희망의 사다리 운동 지원본부 설동근 공동 대표는 "반송동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희망의 사다리 운동이 3년 만에 지역의 교육복지 공동체 운동의 모델로 자리잡았다"며 "(이 운동은)교육청의 예산지원 없이 민간이 나서 소외계층 학생에게 교육복지 안전망을 구축해 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희망의 사다리 운동=부산 지역의 교육.복지.시민 단체들이, 지역 내 교육 소외계층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종합적 지원을 하는 교육 복지공동체 운동. 마을 아이들이 더 이상 ▶밥 굶어 건강을 잃지 않게▶치료받지 못해 아프지 않게▶사랑받지 못해 외로워하지 않게▶공부하지 못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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