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마리 “두바이 신화의 주역은 젊은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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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대학졸업자 중 80%는 여대생이에요. 의사·약사·교사 등 전문직종의 70%도 여자구요. 두바이가 성공신화를 이뤄낸 이면에는 여성들의 눈부신 활동이 뒷받침돼있지요.”

12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포럼’에 참석차 내한한 두바이 프레스클럽의 모나 알 마리(31·사진) 회장. 그녀는 “두바이 신세대 여성들의 활약상을 전하기 위해 포럼에 왔다”고 내한 목적을 유창한 영어로 밝혔다.

 화려한 히잡과 보랏빛 롱드레스로 치장한 그녀는 미모만큼이나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두바이 프레스클럽 회장 외에도 다국적 홍보회사인 버슨 마스텔라의 중동 자회사인 지윈피알 대표, 두바이 여성개발원 이사장, 국제프레스클럽협회 사무총장, ‘젊은 아랍지도자회’ 이사장….

 “두바이의 통치자 세이크 모하메드는 젊은 여성들을 ‘암사자’라고 불러요. 두바이의 기적을 완성시키는 데 여성들도 남자와 똑같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격려와 지원도 많고요.”

 그녀는 “두바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52%가 여성”이라며 각종 여성 관련 통계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올해 처음으로 선거로 뽑은 국회의원의 22%, 경제장관을 비롯한 2명의 여성 각료, 금융분야 종사자의 32%, 대학교수의 15%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아랍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서방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똑부러지게 설명했다. 그녀는 “전통적으로 아랍 여성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라며 “최근에 여성의 얼굴 사진이 신문에 많이 실리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알 마리 회장은 “이슬람이란 말은 원래 평화를 의미한다”며 “히잡을 쓰는 것, 일부다처제는 강요된 게 아니라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이슬람 문화의 특성을 한참 동안 설명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 고등기술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녀는 대학졸업 후 소매업 축제인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을 주관하면서 언론과 인연을 맺었다. 홍보에 눈을 뜨고 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7년 전 7명의 언론인과 홍보관련자와 함께 두바이 프레스 클럽을 만들었다. 현재는 아랍에미리트 투데이라는 일간지에 고정칼럼을 기고한다. 프레스 클럽의 초대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그녀는 3년 만에 아랍언론인상, 아랍 미디어정상회담 같은 굵직굵직한 업무를 성사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저는 매우 도전적인 사람이에요. 아직까지 여성에게 다소 불리한 사회적 통념을 깨기 위해 남들보다 2배 이상 노력했어요.”

남달리 빠른 성공에 왕족이나 부유층 자녀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는 그녀는 “난 낙하산이 아니고 내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실제 그녀는 부모 모두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가정에서 11남매 중 10번째로 태어났다. 투자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편이 매우 개방적이어서 사회활동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며 남편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자녀는 아직 없단다.

글=문경란 여성전문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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