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펀드에 돈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중국 펀드가 해외 펀드 투자 자금을 '독식'하고 있다. 미국발 세계 신용경색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홍콩 증시가 꼿꼿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올 7월부터 중국 정부가 자국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등 호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나 홀로 돈 풍년' 중국 펀드=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해외 펀드 수탁액 증가분 4378억원 중 84%(3672억원)를 중국 펀드가 차지했다. 중국 펀드로의 돈 몰이는 해외 펀드 자금 유입액이 지난 7월 하루 평균 2000억~3000억원대에서 최근 800억원대로 뚝 떨어진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라 더욱 이례적이다.

지난 한 주 동안 브릭스와 남아메리카.친디아로 구분되는 신흥 시장 지역으로도 각각 100억~200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일본 펀드의 경우 거꾸로 458억원이, 유럽 펀드에서는 313억원이 빠져나갔다. 해외 펀드 자금을 중국 펀드가 사실상 독차지한 셈이다. 중국 펀드는 최근 4주 동안의 누적 금액으로 보면 7596억원이며, 올 들어서만 약 6조원(195%)이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의 박현철 펀드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은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향후 성장성이 매우 높이 평가되기 때문에 중국 펀드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9월 들어 지난 7일까지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 증가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중국 펀드가 8개나 차지했다. 신한BNPP운용의 '봉쥬르차이나주식 2종류A'는 이달 들어 설정액이 701억원 늘어나 1위에 올랐고, 미래에셋자산운용 '차이나솔로몬주식 1종류A'도 518억원 증가했다.

수익률 순위는 한 술 더 뜬다. 11일 기준 해외 펀드 상위 10위권에 순수 중국 펀드가 아닌 것은 '미래에셋맵스오퍼튜니티베트남&차이나주식1' 단 하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베트남 편입 비율은 6%에 불과해 사실상 중국 펀드다.

그래픽 크게보기

◆중국 증시와 다른 중국펀드=최근 중국 증시에는 과열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상하이 증시가 연초 이후 100% 급등했고,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뛰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에 조정이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펀드는 다르다. 중국 펀드 자금의 70%는 홍콩H증시에 투자되기 때문이다. 중국 펀드의 동향을 보려면 중국이 아닌 홍콩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홍콩H증시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39%. 중국 증시보다는 상당히 낮다. 외국인 투자 제한 때문에 상하이A증시 등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중국 펀드는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투자증권 중화분석팀의 조선주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H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 당국이 최근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를 확대.허용해 주는 쪽으로 정책을 바꾼 점을 고려하면 홍콩 증시는 악재보다 호재가 많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