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막 오른 주한미군 재배치] 3. 미 2사단 뒤로 빠지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휴전선 코밑인 문산 인근의 통일대교. 북에서 서울에 이르는 최단 통로인 이곳은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지킨다.

미군의 왼쪽 어깨엔 '인디언 전사'마크가 붙어 있다. 주한미군 2사단의 506보병연대 1대대 소속 병사들이다. 유사시 북한군의 임진강 도하를 막는 것이 임무다. 506연대는 병사들이 공수훈련까지 받는 미 지상군 최정예 부대다. '우리가 최고(Second To None)'라는 부대 모토에서 자부심이 물씬 풍겨난다. 주둔지는 임진강 북단 캠프 그리브즈. 밤이면 북한군이 틀어놓는 확성기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문산 인근의 2사단 7기갑부대. M1A1 탱크 등으로 중무장한 이 부대의 임무는 북한군의 육로 진격 저지다. 506연대와 7기갑부대는 북한군이 서울로 향하면 바로 지상전을 벌여야 한다. 인계철선은 이를 뜻한다.

이 두 부대는 2006년까지 이곳을 떠난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2사단 재배치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전방에 산재한 20여곳의 미군 기지는 1단계로 동두천과 의정부로 합쳐진다. 2007년 이후특정 시점에는 평택.오산 쪽으로 빠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향후 10년 내 휴전선 이남 60㎞ 안에는 미군 기지가 모두 사라진다"고 말했다. 미 2사단은 서해를 드나드는 기동군이 된다. 1965년 미 2사단이 다시 배치된 이래 40년 만에 중서부 전선의 방어 지도가 바뀌는 것이다.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창로 재향군인회 대변인은 "미 2사단이 휴전선과 서울 사이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우리 국민과 해외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줘왔다"며 "2사단 재배치는 이런 상징적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안보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첫째는 미국이 약속한 1백10억달러의 전력증강 사업을 들고 있다. 향후 3년 동안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 무인 항공기, 이라크 기갑부대를 정밀 폭격했던 합동직격탄(JDAM) 등을 추가로 배치한다는 것이다. '병력'과 '첨단 무기'를 맞바꾸는 셈이다.

둘째는 작전 개념의 변경이다. 새 수도권 방어계획에는 북한의 장사정포가 발사되거나 발사 징후를 보일 때 다연장로켓포(MLRS).1백55㎜자주포(팔라딘) 등으로 북한 포대를 초토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시설과 지휘부에 대한 정밀 폭격을 통해 지휘 체계와 보복 대응을 무력화하고 북한 기계화부대의 남진을 막는 작전도 들어 있다고 한다. 국방부 당국자는 "새 작전개념으로 보면 미 2사단의 인계철선 역할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 2사단의 남하는 한국에 여러 숙제를 던지고 있다. 당장 미 2사단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가 벅차다. M1A1 전차 1백40여대,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1백70여대, 아파치 헬기 40여대의 기갑전력에 팔라딘 자주포.다연장로켓포 등을 갖춘 미 2사단의 화력(火力)은 한국 기계화사단 3개와 맞먹는다.

전력 보강이 불가피하는 얘기다. 2사단 전력 공백을 고스란히 메우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는 것이다. 실제 국방연구원은 지난해 자주국방을 달성하기 위해선 2010년까지 64조원, 2023년까지 2백9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 정부가 미군의 북한 장사정포 대응 임무를 떠맡는 데 난색을 표명한 것도 막대한 예산 때문이다. 단기간에 대당 50억원에 이르는 다연장로켓포 발사차량에 최첨단 추적.지휘 시스템까지 갖출 능력이 안 되는 것이다.

2사단 재배치에 따른 작전계획 수정, 부대 재편도 과제다. 그래서 미 2사단 재배치는 우리 군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미 신뢰 강화를 주문하면서 섣부른 자주국방론을 경계했다. 박용옥 전 국방차관은 "주한미군 재배치에 따른 안보공백 여부는 한.미간 신뢰 관계에 달려 있다"면서 "동맹의 결속이 확실하면 부대 위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