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거 맞아? 심한 잠꼬대 문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오늘 여자 친구 만나기로 해서 곤란하단 말야!” “엄마가 밥 먹으래” “오늘은 유과장한테서 연락이 없네”

“...??”

이는 대화내용이 아니라 직장인 이상진씨(27세)의 잠꼬대 내용이다. 방 밖에서 얼핏 들으면 마치 전화통화를 하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분명하고 또렷한 잠꼬대.

본인의 잠꼬대 여부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주변인의 증언을 통해 알게 되고, 알고 난 후엔 민망하기도 하려니와 특히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잠꼬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잠꼬대 대체 왜?

잠은 단순히 신체가 쉬는 휴식시간 뿐 아니라 뇌의 활동 또한 활발해지는 시간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얕은 잠의 단계인 렘수면의 상태에서 꿈을 꾸게 되고 흔하지 않더라도 깊은 잠인 비렘수면 단계에서도 꿈을 꾼다. 이때 꿈과 함께 잠꼬대가 동반되는 법.

잠꼬대는 보통 일종의 잠버릇으로 치부하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는 분명 수면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심하게 잠꼬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꼬대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말을 걸면 거기에 걸맞는 대답도 해주며 서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현상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자는 동안에 말하는 감각뿐 아니라 듣는 감각도 열려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또한 자면서 모르는 사이에 흥분된 뇌파가 뇌를 자극시켜 본인도 모르게 말을 하는 현상이라는 설도 있다.

이는 평범한 잠꼬대의 경우이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심한 경우라면 본인의 신체 상태와 수면 습관을 체크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먼저 잠꼬대의 횟수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적인 잠꼬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횟수가 일단 중요하다. 보통 주당 한번 정도하면 자주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단순한 잠버릇? 심하면 병!

잠꼬대를 함으로서 신체에 이상이 생긴다기 보다 어떤 문제로 인해 잠꼬대를 하는 것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은 자는 동안에 왜 뇌가 이토록 비정상적으로 깨어 있는지를 짚어봐야 할 문제.

한편 부산 수면센터 양창국 원장은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동안에 신체는 마비돼 있는 것이 정상이지만 잠꼬대와 더불어 팔을 휘젓고 발을 차는 등의 심한 수면 장애를 동반한다면 이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수면장애는 없지만 잠꼬대를 심하게 함으로서 같이 자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스스로 의식하기 때문에 단체생활에 지장을 주고 스트레스를 받는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고 양원장은 덧붙였다.

한진규 원장은 수면시 호흡장애가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수면시에는 똑바로 누워 숨을 쉬어야 하는데 입만 벌리고 자더라도 비정상적인 호흡을 하게 된다. 이로서 자고 있는 뇌는 일종의 비정상적인 충격을 받게 되고 숙면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뇌가 깨어있는 상태가 되며 심한 잠꼬대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우 심한 잠꼬대는 파킨슨병의 증상일 수 있다. 불면증은 파킨슨 병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안 그래도 잠이 없는 노인들에게 있어 잠이 드는 것보다는 잠을 유지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잠꼬대와 실랑이를 벌이다 잠이 깨면 노인들은 쉽게 다시 잠들기가 힘들어지는 법.

젊은 층에서는 일상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 특정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상태이거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들은 밤에 소리를 질러가며 잠꼬대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성별, 연령을 막론하고 심한 잠꼬대는 그 기저에 있는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없고 낮 시간에 주간 졸림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해 정상적인 수면 사이클에 혼동을 준다.

잠만 잘 자도 그 어느 것보다 몸에 좋은 보약이 되는 건 당연지사.

스트레스나 우울증, 호흡장애등은 뇌를 자극하게 되고, 또한 뇌와 더불어 신체를 시달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심한 잠꼬대가 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기억력 저하와 같은 2차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끔 한 두 번의 잠꼬대가 아닌 일주일에 한번 이상 주기적으로 심한 잠꼬대를 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적절하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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