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실질대안 나와야-農發委 중간보고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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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외개방이 임박한 상황에서 우리 농업을 살리려면 대내개방부터 단행해야한다.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하고 필요하다면 大기업도 참여시켜야한다.』 『무슨 소리냐.민간기업들은 수익성이 안맞으면 언제든 농업을 그만둘 것이다.농업이나 농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지난 4월초 열렸던 농어촌발전위원회에서 오간 열띤 토론의 한 토막이다.농민.농촌에 대한「애정」쪽이「시장경제원리」주장을 압도한 것이다.
지난 2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설립된 농발위는 이처럼 지난두달간 첨예한 의견대립속에 토론에 토론을 거듭해왔다.全農등의 재야농민단체부터 농.수.축협등의 이해집단,시장경제원리에 투철한민간전문가.대기업대표까지 두루 섞인 위원회 구 성을 놓고「배가산으로 올라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왔었다.
19일의 중간보고는 일단 이런 우려를 식힐만한 성과를 담고 있다.우선 농발위가 중간보고의 최대 이슈로 삼았던 농.수.축협개혁문제에서 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협동조합기본법 제정등의「합의」에 이르렀다는 점 자체가 매우 대견한 것이다 .
金범鎰위원장은 오후 3시에 시작된 회의가 번번이 자정을 넘겨새벽 3시까지 가도록 지속되는 농.수.축협대표들과 농민.전문가들간의 격론을 일절 가로막지 않았다.
표결도 없었다.토론을 통해 이끌어낸 합의야말로 가장 힘있는 결론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물론 농.수.축협 신용.경제사업분리 반대론을 주도했던「농민 대통령」韓灝鮮 농협중앙회장의 전격 구속도 많은「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농발위가 갈길은 아직 멀다.
중간보고서는 당초 농발위가 핵심과제로 선정한 20여개과제중 절반정도를 소화했을 뿐이다.이를 하나하나 구체화해나가는 일이 쉽지가 않다.도시와 농촌을 두루 섞는 행정구역 개편이나 學群조정,농어촌 학생들의 대학 특별입학,농촌과 도시.직 장의료보험 통합등은 그동안 관련부처들의 거센 반대나 이견으로 번번이 무산됐던 해묵은 과제들이다.
앞으로 남은 10여개 과제들은 중요도나 난이도가 더욱 높은 것들이다.농지제도 개편이나 농.어업관련 정부조직개편,농.어업 투.융자계획등은 하나같이 우리농업의 장래가 걸린 벅찬 과제들이다.예컨대 42조원의 농어촌구조개선사업비와 15조 원의 농특세를 우선순위를 가려 어떻게,어디에 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농정추진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부조직.농지제도개편등에 합의를 이뤄내는 작업은 농.수.축협 개혁보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무엇보다도 폐쇄적.배타적인 부처.기관 이기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진정한 구조개선 방안을 최종보고서에 담아야 한다는 부담이 남아있다.
물론 농발위에 주어진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그러나 시간타령만하고 있기에는 농발위에 걸린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크다.비단 이들이 4억원가량의 예산을 쓰고있기 때문만이 아닌 것이다.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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