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을 협박하는 민주노총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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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무래도 민주노총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 안에 가스와 전력을 끊고, 비행기를 세우는 대대적인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힘을 보여 주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되고, 노동자의 목소리도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주장이 먹히지 않자 나라를 마비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이라고 표현했다. 도대체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묻고 싶다. 가스와 전력을 끊고, 비행기를 세워 아수라장이 되는 게 원하는 세상인가. 올 초 그의 위원장 취임 일성이 생생하다. 당시 그는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 국민에게 사랑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말을 이렇게 뒤집어도 되는가.

민주노총은 파업을 무기로 노동운동이 아닌 권력운동을 펴왔다.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급급했고, 관심을 끌기 위해 점점 더 극렬한 투쟁 방식을 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같은 불법 정치파업에 참여하면서 신뢰를 떨어뜨렸고, 이랜드 분규에 개입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 결과 노조원과 국민이 등을 돌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도 “노동운동은 대중의 침묵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과 GS칼텍스 등 강성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노조 조직률은 10%대로 줄어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화를 원하지만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이렇게 말하기에 앞서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곱씹어 보기 바란다. 말이 안 통하는데, 누가 상대하겠나. 민주노총이 자초한 일이다. 민주화 20년 동안 노동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의 노조원을 사회적 약자로 여기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채 막무가내 식 투쟁을 계속하면 고립을 재촉할 뿐이다. 세상을 바꾸기에 앞서 민주노총이 먼저 간판을 내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