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 저축은행 이자 절감 '환승론'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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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김모(28·대전시 오류동)씨는 최근 환승론 중개업체를 통해 저축은행에서 연 38%의 금리로 800만원을 빌려 대부업체 대출금을 갚았다. 그는 1년 반 전 어머니 수술비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금리는 연 60%가 넘었다. 김씨는 매달 이자만 44만원을 내왔으나 앞으로는 이자(25만3000원)를 포함해 월 48만원을 내면 2년 뒤 대출금을 모두 갚을 수 있다. 이자 절감액만 한 해 224만원. 김씨는 “여전히 은행에 비하면 높지만 그래도 이자가 대폭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그간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쓰던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이자가 싼 저축은행·캐피털 업체로 갈아타는 ‘환승론’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맞서 대부업체들도 속속 금리를 낮춰 가며 이탈 고객 방지에 나서고 있다. 환승론은 지난달 5월부터 현대스위스저축을 비롯한 4개 저축은행과 GB캐피털 5개사가 고금리로 고통을 겪는 대출자들을 겨냥해 내놓은 상품이다. 실제 판매는 한국이지론을 통해서 한다.

 ◆환승론 이용 크게 늘어=4일 한국이지론에 따르면 지난달 환승론을 요청해 실제로 대출받은 비율은 59.5%(대출신청 430건, 대출실행 256건)로 지난달(40.9%)에 비해 18.6%포인트 높아졌다. 환승론을 처음 도입한 5월 하순부터 6월 말까지의 35%에 비하면 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지난달 14일 환승론 참여 업체들이 대출 조건을 완화한 이후 실제 대출률이 크게 높아졌다. 업체들은 지난달 기존 대부업체 대출건수 제한(기존 4건)을 없애고 재직기간·부채비율 조건을 낮추고 대출자 신용등급 제한도 없앴다. 한국이지론의 이현돈 이사는 “시행 초기에는 저축은행들이 대부업 거래자의 연체를 우려해 대출에 극히 조심스러워 했지만 정상 상환율이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대출 승인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환승론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는 이지론 홈페이지(www.egloan.co.kr)에 접속해 고객정보를 입력하면 대출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

 ◆대부업체도 속속 금리 내려=대부업체들은 고객 이탈을 막고 대출 최고금리를 연 66%에서 49%로 내려야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이달 1일부터 신규대출 최고 금리를 기존의 연 54.75%에서 48.54%로 6.21% 포인트 내렸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앞으로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거래소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대부업체 리드 코프도 지난달 최고 금리를 연 64%에서 49%로 내렸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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