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병원 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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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카페風 대기실,응접실 같은 진료실,호텔객실을 방불케하는 입원실」-.
최근 서울 강남일대를 중심으로 신규개업 중소병원들이 실내장식을 고급화하고 종합병원에서도 효율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는 고가장비를 풀세트로 갖추는 한편 일반기업형 경영기법을 도입하는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논현동 A병원은 의료 상징색인 흰색을 아예 없애 벽과 천장을상아.분홍.청담색등의 페인트나 벽지로 꾸민데다 대여한 그림을 붙여두기까지 하고있다.환자대기석도 일반 종합병원에서 볼수 있는딱딱한 나무벤치 대신 다양한 색상의 푹신한 소 파나 커피숍에서볼수 있는 팬시풍 의자와 탁자로 꾸미고있어 호텔 라운지같은 인상을 주고있다.심지어 원두커피 냄새나 향수냄새가 병원전체에서 풍기도록 연출하기도 한다.또 병실에 개인용 비디오.오디오 세트를 갖춰주고 컴퓨터작업이 가능하게 설비한 곳도 있다.
이처럼 겉으로 보는 내용에서만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진료구성면에서도 고가장비 위주의 진료와 병원별로 진료과목 특성을 뚜렷이 보이는 전문병원화를 추구하는등 변화가 뚜렷하다.역삼동 B병원의 정형외과 과장은『정형외과가 갖출수 있는 고가의 진단.
치료장비는 모두 다 장만했다』고 밝히고 있다.심지어 대학병원에서도 가격과 수지때문에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장비도 들여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병원들도 진료비는 의료보험수가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신규병원들은 1백억원이 넘는 투자에도 불구하고 전문화를 통해 현행 의료보험하에서도 이윤을 얻을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있다.한 병원에 여러 과를 세워 그 장비를 다 마련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장비 회전율도 낮아지지만 몇몇 과만 전문운영하면 효율이 높아질수 있다는 것이다.
청담동 C병원에는 여러 과가 있지만 심장병과 정형외과를 위주로 하면서 이 두 분야의 진단과 치료,재활에 들어가는 고가장비만 집중 보유하고 있다.아울러 이들 신세대 병원들은 진료와 수납조직만 갖춘 기존병원들과 달리 기획.홍보.교육담 당등 일반 기업형 스태프조직을 구성하고있다.척추전문병원을 표방하는 역삼동D병원은 요통강좌.건강무용.체조강좌등 매일 무료강좌를 열어 환자들에게 기본지식을 보급하고 병원의 성가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大 보건대학원 梁奉玟교수는『환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과 병원이 다양한 현대 경영기법으로 수지구조개선에 직접 나선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면서도『고가장비의 지나친 도입으로 자칫 과잉의료를 유발,국민의료비 상 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아울러 위화감 측면과 정부가 의료비 상승 억제책으로 고가장비의 수입을 억제하고 공동사용제등을 고려하는 상황을 고려할때 의료계 차원의 투자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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