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홍대 앞은 전쟁 중…범인 잡기? No 택시 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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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토요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간,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여느 때라면 빈 택시가 줄지어 서있을 곳이다. 이 곳은 서울 시내의 대표적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홍대 앞의 간판 택시 정류장. 그런데 이날만큼은 택시가 단 한대도 없었다. 많은 경찰이 택시 주정차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대기 승객에게 순서대로 빈 택시를 잡아주고 있었다.

심야의 홍대 앞 풍경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지난 달 18일에 발생한 이른바 홍대살인사건 탓이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당시 여성 회사원 2명은 도급 택시 기사를 포함한 3명의 피의자에 의해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됐다. 31일 피의자 일당은 체포됐다. 하지만 그후 택시 경계령은 여전하다. 그 후 이곳의 택시 잡기 경쟁은 그 어느 곳,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새벽 2시 같은 장소. 택시를 잡으려는 취객과 경찰, 곳곳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들이 한데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택시들이 따로 줄지어 대기하지 않는 마당에 승객들 역시 줄을 설 리 만무하다. 택시를 부르는 승객의 고함소리에, 질서를 지키라는 경찰의 호각 소리가 뒤덮여 소음이 극심하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요즘은 자정만 넘기면 소음이 너무 심해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라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주민뿐만이 아니라 이 곳 방문객들 대다수도 경찰의 택시 경계령에 대해서는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수 경찰이 이 지역에 상주하면서 범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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