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운용式 스포츠외교 벗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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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던 '체육계의 황제'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IOC로부터 자격정지를 받았다. IOC의 전례없는 조치를 바라보는 우리는 당혹감과 부끄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金부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경기종목으로 채택하게 한 것을 비롯,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해왔다. 그런 그가 비리의 불명예를 쓰고 추락하는 것을 보아야 하는 것은 어쨌든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金부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비리수사는 진행 중이어서 아직 그의 유.무죄를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제스포츠 외교가 金부위원장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기대어 왔으며 그의 독주가 국내외에서 이런저런 시비와 잡음을 계속 불러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金부위원장의 국제무대에서의 낙마를 반면교사로 삼아 스포츠 외교의 새 틀을 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金부위원장이 왕성한 활동을 폈던 1980년대와 달리 지금은 물질로 환심을 사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시대가 아니다.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는 실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틀에 맞춰 장기적인 안목으로 스포츠계의 인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우리는 엘리트 스포츠에서 생활체육으로 스포츠 정책의 큰 틀을 전환하는 것이 그 토대가 될 것으로 본다. 엘리트 스포츠는 선수로서의 기량을 높이는 데는 성공적이지만 은퇴와 함께 끝나는 소모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경기에만 능숙한 선수가 아니라 역량을 두루 갖춰나감으로써 미래의 스포츠 지도자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각 단체에 소속돼 있는 스포츠인들이 여러 국제회의에 활발히 참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국제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안면을 넓혀 나가며 국제경기연맹 등을 통해 국제무대를 파고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