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 <21> 파업 예방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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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는 전설적인 경영인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20년간 맡았다. 웰치의 아내인 수지 웰치(48·왼쪽)는 세계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Q: 우리 회사는 아시아 지역에서 장비를 만들어내고 있는 미국계 제조업체입니다. 최근 중국 현지 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업종 평균수준을 지급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어떻게 하면 파업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레이 린)

A: 우선 비즈니스 리더는 “왜 파업이 일어났을까”를 스스로 묻고 대답해보는 게 좋습니다. 또 쉽게 밝혀내기는 힘들겠지만“파업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인가”도 자문자답해봐야 합니다.

파업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산별 노동조합이 결의해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업장별로 구성된 공장평의회가 노동자들을 반강제로 동원해 일으킨 파업일 수도 있습니다. 조직 없이 몇몇 노동자들이 회사를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벌이는 시위일 수도 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시절의 경험에 비춰볼 때 파업은 작업환경 등이 열악해 일어난 경우는 드뭅니다. 현장의 책임자 등이 화근인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한두 명의 행태 때문에 파업이라는 사단이 벌어진다는 얘기지요. 목이 뻣뻣한 공장장이나 부하직원을 무시하며 함부로 대하는 팀장 등이 원인을 제공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벌어진 파업이 전화위복일 수 있습니다. 파업 원인을 찾아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솔하고 사심 없으며 믿고 따를 만한 인물을 현장 책임자로 선임하면 파업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산 현장이 중국이든 아니면 세계 어느 나라이든 현장 책임자와 노동자들 사이에는 의견 불일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작업 규칙 등에 대한 의견차이는 건전한 것들입니다. 또 현장 책임자가 회사 규칙을 공평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하면 노조 활동이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욱이 좋은 현장 책임자가 일선에 포진하고 있다면 노조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장 책임자가 지켜야 할 첫 번째 원칙은 부하직원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책임자나 노동자는 같은 지역과 직장에서 아옹다옹하며 지내야 합니다. 삶과 미래가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얽혀 있는 형국입니다. 성공의 과실과 실패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밖에 없지요. 이런 사실을 현장 책임자가 인식하면 두 번째 원칙은 자연스럽게 실행됩니다. 그 원칙이란 바로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인정하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이를 꿈같은 소리라고 말할 것입니다. 어머니 잔소리처럼, 도덕적인 훈계처럼 들린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지고지선한 경영윤리라며 현장과 거리가 먼 말이라고 무시해버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나 두 가지 원칙은 현장과 직결돼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기계의 부품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자신들의 의견이 존중받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현장 책임자는 노동자들의 이런 바람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경청입니다. 비즈니스 리더는 노동자들이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생산 과정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도록 해야 합니다. 현장 책임자가 유리로 차단된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 현장과 동떨어진 지시나 내리는 일만큼 노동자들을 화나게 하는 일은 없습니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노동자들은 현장을 알지도 못하면서 많은 월급이나 챙겨가는 사람쯤으로 치부하고 맙니다.

두 번째는 솔직함과 사심없는 태도입니다. 현장 책임자가 이런 태도를 견지하면 노동자의 자존심은 지켜집니다.

어떤 일에 대해 솔직하고 사심없이 행동해야 할까요? 모든 일에 대해 그래야 합니다. 회사의 비용구조와 치열한 경쟁상황, 성장계획, 예상되는 걸림돌 등을 솔직하고 사심없이 밝혀야 합니다. 노조와 타협할 수 있는 사안과 그렇지 못한 사안을 분명히 알려주는 것을 빼놓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노조와 ‘공식 협상’ 도중 불쑥 내던지듯이 말해서는 안 됩니다. 노조의 의심과 경계심을 자극해 파업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노조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현장 책임자를 통해 알려주고 협상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신뢰가 쌓이면 노조는 부드러워집니다.

사실 경영자와 현장 책임자가 솔직하게 대화하고 투명하게 경영한다면 많은 문제가 풀립니다. 굳이 조정위원회 같은 제3자를 끌어들여 협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면 경영진과 노동자 사이에 골은 없어지고 함께 승자가 됩니다.

정리=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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