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한도 높으면 좋을까요

중앙일보

입력

3000만 원 약정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후 400만 원을 사용한 경우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간주하는 금액은 얼마일까.

직장인 이대출 씨는 아파트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 상담을 받으러 은행에 갔다가 뜻밖의 말을 들었다.

이미 금융기관에 3000만 원의 부채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주택 마련 대출을 받기 힘들다는 것.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당황스러워 하던 이대출 씨는 그 때서야 마이너스 통장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은행에서 간주하는 대출 금액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빠져나간 실사용 금액이 아닌 약정 금액이었던 것. 마이너스 통장을 2년째 사용하고 있지만 이대출 씨는 이같은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신용평가·대출금액 책정은 약정 금액 기준= 이대출 씨와 같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후 실제로 약정 금액만큼 이용하지 않더라도 대출금 규모는 약정 금애글 기준으로 책정된다.

이대출 씨의 경우 실사용 금액이 400만 원이지만 금융기관에서는 3000만 원을 대출한 것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국민은행의 김영윤 지점장은 "마이너스 통장의 거래는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거래 내역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약정한 금액만큼 언제든지 대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출금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통장을 처음 만들 때 한도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애썼던 이대출 씨는 후회스럽기만 하다. 약정을 3000만 원까지 받았을 때는 신용 점수를 잘 얻은 것 같은 기분에 우쭐하기만 했을 뿐 정작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닥쳤을 때 발목이 잡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소액의 자금을 조달할 때를 대비해 만들되 향후 자금 계획을 감안해 약정 금액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자는 실사용 금액을 기준으로= 그렇다면 이자는 어떻게 책정될까.

이대출 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면서 지급한 이자도 약정 금액을 기준으로 결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 경우 과도한 이자비용을 부담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출 씨의 걱정과 달리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실사용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약정 금액이 3000만 원이지만 실제로 발생한 대출금 400만 원에 대해서만 이자가 부과된 것이다.

또 일반적인 대출 상품과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통장 역시 원금 또는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을 할 때 원금이 줄어드는 만큼 이자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한편 신용평가의 경우 실사용 금액이 아닌 약정 금액을 기준으로 이뤄지지만 약정 규모가 크다고 해서 신용 측면에서 불이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이보다 만기 이내에 원리금을 성실하게 상환하는지 여부가 신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 만기일까지 원리금 못 갚으면= 통상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는 마이너스 통장은 만기일까지 사용한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적용되는 금리에 변동이 생기는지 여부는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한 외국계 은행의 여신 담당자는 "처음에 7%대 금리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후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지 않은 채 만기를 연장했다가 금리가 13%선까지 올랐지만 이자가 오른 사실을 모르는 고객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해서 이자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만기가 지나기 전에 대출금은 가급적 상환하고, 기간이 연장될 때 금리에 변동이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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