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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방산업체 인도서 '공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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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도가 세계 무기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경제성장에 걸맞은 최신 무기체계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전 세계의 방산업체들이 인도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인도가 앞으로 5년 안에 전투기부터 헬기.탱크까지 각종 첨단 무기체계를 외국에서 사들이는 데 적어도 400억 달러(약 37조원)를 쓸 계획이라고 31일 보도했다. 전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으로 현재 방산업체 레이테온 아시아 회장인 월터 도런은 "인도는 다음 10년간 우리의 최대 (무기 구매)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인도 정부가 1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다목적 전투기 126대 구매 입찰을 공고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시탄수 카르 인도 국방부 대변인은 "126대 가운데 18대는 완성품으로, 나머지 108대는 인도에서 조립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무기체계 구매에 그치지 않고 최신 조립.제조 기술을 함께 들여오겠다는 뜻이다. 인도는 완성품으로 들여오는 18대는 늦어도 2012년까지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이에 러시아.프랑스.영국 등 지금까지 인도에 전투기를 팔아 온 나라는 물론 최근 인도와 관계가 크게 좋아진 미국까지 판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도는 냉전 시절 옛 소련과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해 현재 무기의 상당수가 러시아산이다. 공중 전력은 80대의 최신 수호이-30, 64대의 미그-29, 그리고 130여 대의 미그-27기가 주력이다. 여기에 교체 대상인 구식 미그-21이 250대가량 있다. 영국산 재규어 100여 대와 프랑스산 미라주 2000을 50대가량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는 오랫동안 관계가 나빴던 데다 미국이 무기 금수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미국산 전투기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미국 방산업체에는 이번이 인도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첫 기회인 셈이다.

IHT에 따르면 미그-35와 미그-29를 들고 나온 러시아가 록히드마틴의 F-16 최신 개량형, 보잉의 F/A-18 수퍼호넷을 내세운 미국과 한판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파이터의 타이푼과 스웨덴 사브사의 그리펜, 프랑스 다소의 라파엘 및 미라주 전투기도 각축을 벌일 태세다. 특히 록히드마틴은 미국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인 F-35를 나중에 제공하겠다며 인도를 설득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제 전투기를 운영해 본 적이 없는 인도 공군이 이를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인도는 다목적 전투기 126대 외에도 러시아로부터 최첨단 Su-30MKI를 230대나 도입할 예정으로, 이미 80대는 운용 중이다. 여기에 4대의 Tu-22M3 백파이어 초음속 전략폭격기까지 사 올 계획이다. 프랑스로부터는 28대의 재규어 전투기를, 영국으로부터는 66대의 호크-132 훈련기를 들여올 예정이다. 여기에 계획대로 8대의 공중급유기 도입까지 이뤄지면 인도 공군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작전을 펼 수 있는 전략 공군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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