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1세에 뉴욕힐튼호텔 이사된 在美한인 申豪容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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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理事발령을 받은 것이 마침 만우절(93년4월1일)이어서 아내조차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31세의 나이에 세계적인 호텔체인「뉴욕 힐튼」의 이사가 된 申豪容씨는 입사 10년이 지난미국인들도 넘보기 어려운 이사자리를 한국사람이 불과 2년만에 차지했다는 사실에 자신의 아내마저 농담인줄 알았다고 털어놓는다.申씨는 12명으로 구성되는「뉴욕 힐튼」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기획조정담당이다.재무감사까지 관장하고 있어 이사들중에서도「끗발」있는 이사다.
미국사람이라 하더라도 지극히 예외적인 초고속 출세라 할만하다. 『내 아이디어와 노력이 힐튼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었기에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호텔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91년4월에 입사,3천만달러짜리「불황탈출작전서」를 만드는 일에 중추역할을 하면서 단숨에 평사원에서경영진의 대열로 점프한 것이다.
『미국사람 같으면 1시간에 뽑을 자료를 나는 10시간이상 컴퓨터를 돌려야했습니다.직장동료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는 커녕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니까요.1년이상을 혼자 고독한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申씨는 그렇다고 미국문화속에 완전히 동화된 이민 2세도 아니다.한국에서 대학 2학년까지 다니다 지난 82년 渡美,다시 대학부터 시작했다.명문대학의 MBA출신도 아니다.캔자스주립대는 하버드.예일출신이 득실거리는 맨해턴에서는 명함도 못내는 시골학교다.더구나 한국인의 신분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산업의 첨단인 일류호텔 중역자리를 꿰찬 것이다.
『동원한 지식은 미국서 배운 것이지만 그것을 실천에 옮겨온 방식은 오히려 한국식이었습니다.아무리 미국땅이지만 한국사람은 한국식으로 해야 생산성이 오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겨우신입사원 신세를 면했을까 하는 나이의 申씨는 백인 샐러리맨들의부러움을 사며 뉴욕 한복판에서 활개를 펴고 있는 자랑스런 뉴 코리안의 한사람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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