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경찰직 떠나 변호사 개업준비 박영목 前總警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경찰은「변화」하는데 자신감이 없는 조직입니다.법집행에도 자신감이 부족하고요.특히 윗사람일수록 그렇다고 느꼈습니다.』 지난 7일 사표를 내고 경찰조직을 떠나 변호사개업을 준비중인 朴泳穆변호사(38.前강원경찰청 수사과장)는『설사 나중에 내가 경찰청장이 된다 해도 運身의 여지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때문에 그동안 괴로웠다』고 털어놓았 다.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잇따라 통과한 30대 엘리트 경찰총경에게 우리나라 경찰조직은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데도,미래의 경찰상을 보여주는데도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朴변호사는 77년 대학(서울대해양학과)3학년때 行試에 합격한데 이어 81년에는 司試(23회)를 통과했다.행시합격후 다시 사시에 뜻을 둔데다 사법연수원을 졸업(87년)한 뒤 곧바로 경찰직을 지원했으니 포부가 남달랐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간다.
그는 수원경찰서 보안과장(경정)으로 시작해 서울 서대문서수사과장.관악서정보과장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근무하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 저술한『알기 쉬운 형사소송법』『총정리 형법』등 그의 저서는 지금도 경찰 승진시험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 다.
한편으로 보호실운영개선.112신고전화 처리결과통보제 등등 갖가지 경찰의 대민봉사업무 개선안을 내놓았다.그러나「변화」에 둔감한 경찰의 윗사람에게 그의 아이디어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기소중지자라는 이유로 심하게는 사흘씩 보호실에 가 두어두는 관행을 없애자는 기소중지자 조사방법개선안」이 그나마 유일하게 반영된 개선안이었다.
『지난해말 총경으로 승진했습니다.업무차 강원도내 17개 경찰서를 두루 돌면서 앞으로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를 곰곰 생각하다 사표를 내기로 작정했습니다.』 그가 사표를 던지자 몇몇동료들은『이제 총경이 됐으니 서장은 한번 해야 할 것 아니냐.
그 다음에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朴변호사에게 기자가 『그래도 변호사라는 「자격증」이 있기에 사표를 낸 것 아니냐.공연히 경찰조직에 열패감만 던져준 것은 아닌가』고 묻자 그는 『대부분의 경찰은 현직에 만족하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4월8일 서울서초동에서 개업할 예정인 그는『7년의 경찰경험을바탕으로 선진국처럼「경찰서 문턱」에서부터 인권이 보호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盧在賢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