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의회 의장 땅 수십억대 시세 차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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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사들인 땅이 매입 한 달 만에 네 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건설회사에 팔린 것으로 밝혀져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와 A건설사에 따르면 A사는 고양시의회 의장 배모(57)씨 소유의 고양시 일산역 부근 땅 182㎡를 지난해 8월 11억840만원에 사들였다. 배 의장이 지난해 7월 이 땅을 2억9500만원에 매입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이후 A사는 지난해 12월 배 의장 땅 부근의 1만1673㎡에 아파트 두 개 동 167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고양시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A사가 요청한 땅과 인근 1만57㎡를 함께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A사는 고양시의 주문을 받아들여 올해 2월 총 2만1739㎡에 14~27층짜리 아파트 다섯 개 동 338가구를 짓는 내용의 지구단위개발 제안서를 다시 냈다.

그런데 고양시의 요구로 추가된 개발 부지에 배 의장 소유의 땅 1283㎡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기 및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 중 일산역 광장 1101㎡는 배 의장이 2001년 고양농지개량조합으로부터 6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배 의장은 이 땅을 두 개 필지로 나눈 뒤 지난해 7월(10억원)과 올 3월(61억원) 두차례에 걸쳐 모두 71억원을 받고 A사에 팔았다. 배 의장은 또 이 땅을 판 시기를 전후해 인근 땅 182㎡를 2억9500만원에 산 뒤 한 달여 만에 A사에 팔았다.

그러자 개발 부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달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감사원.국가청렴위원회에 배 의장의 토지 관련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고양시는 30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인근 주민들의 조망권.일조권 민원을 참조해 단지 재배치를 고려하라"고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배 의장은 "해당 지역 개발 계획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고양시는 "경의선 복선 전철화로 일산역이 이전될 예정이어서 체계적 도시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부지 확대를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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