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능력 과시하며 계속 버틸 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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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새해 들면서 북한 핵 문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제거"를 요구했으며,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미 상원 외교위원회 등도 약속이나 한 듯 20일과 21일 순차적으로 나서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과 위협성을 지적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IISS는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들:순(純)평가'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0년께는 연간 8~10개의 핵무기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분석했으며, 리처드 루거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청문회 개막 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며 북핵 프로그램의 해체와 이전 방지를 위해서는 "무력 사용 방안 등 어떠한 수단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지난해 10월 베이징(北京)회담 후 아직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은 자신들이 개발했다는 핵물질을 일부 공개하며,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의 실력이 이 정도인데 우리 말을 안 듣겠느냐"는 일종의 협박이다. 미국 역시 이러한 북한의 협박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

양자 간의 이러한 팽팽한 신경전은 시간만 소진시키면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긴장만 고조시키고 있다. 소위 '악의 축'국가들마저 미국의 공격에 의해 정권이 붕괴되거나, 스스로 국제사회의 사찰을 받아들이는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유독 북한만이 이를 거부하며 핵 개발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현실을 직시해 주기를 바란다. 핵 개발은 한국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나 주변국이 핵 개발을 그냥 두고 볼 것 같은가. 한.미.일이 워싱턴에서 3자협의를 열어 6자회담 재개 필요성에 합의했다. 북한도 여기에 호응해야 한다. 평화적 해결이 안될 경우의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라. 누구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 빨리 포기할수록 북한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