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료 내고 싶은 방송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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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방송공사(KBS)가 오는 7월부터 제1텔레비전의 상업광고를 전면 폐지키로 한 것은 공영방송이란 위상의 확립을 위해 바람직한 결정이다. 방송에서의 상업광고는 프로그램의 인기도를 변수로 하는 방송사의 재정적 수입원이 되기 때문에 방송주체들은 시청률을 의식한 제작 태도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광고주의 입김이 제작에 미치게 되고,따라서 방송내용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근본원인을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KBS 제1TV의 상업광고 폐지는 그만큼 해당 채널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객관적 여건 마련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KBS가 1TV의 광고방송을 폐지하는 동시에 시청료 징수방법을 강화한 것도 불가피한 조처로 이해된다. 시청료를 전기사용료와 병과해 징수하는 것이 일종의 징세편의주의란 문제점은 분명히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시청료 징수실적이 50% 정도에 머무르는 상태로는 광고수입에 방송재정의 대부분을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그렇게 되면 광고방송의 폐지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시청료 징수실적이 크게 부진한 것은 단순한 시청자인 국민의 무성의나 비협조 탓으로만 돌려버릴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지난 권위주의시절 공영방송이 저질렀던 편파성과 체제옹호 일변도로 인한 혐오스런 인상이 아직도 완전히 불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그 이후에도 일부 퇴폐적이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프로그램 때문에 「텔레비전 안보기 캠페인」까지 벌어졌던 상황이 국민의 의식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KBS는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현저히 눈에 띈다. 이런 노력이 근본적으로 고무되고 외부의 간섭을 배제할 수 있기 위해서는 광고방송의 폐지가 필수적인 요인이다. 따라서 시청자인 국민들도 방송은 공짜로 보는 것이란 관념을 버리고 KBS가 보다 공익적인 방송이 되도록 협조하고 감시하는데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KBS는 방송 다매체시대를 맞아 광고방송 폐지와 시청료 징수방법 강화를 계기로 우리나라 방송의 중심을 잡는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명실공히 공영방송의 위상을 국민의 인식속에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광고가 폐지되면 시청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국민이 외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에게 지식과 교양과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말고 이들에 대한 국민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해 국민을 끌어들임으써 국민전체의 수준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시청료의 전기료 병과 징수에 대해 있을 수도 있는 거부감을 없애고 자발적인 납부를 유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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